디지털 사회 2.0
이근, 김상배 외 3명 지음 / 21세기북스
348쪽 / 1만9800원
[ 은정진 기자 ]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새로운 세계질서로 ‘인간 중심 사회’를 제시했다. 각종 디지털 기술 발달로 과업과 거래가 분화하면서 세계 경제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함께 펴낸 《디지털 사회 2.0》은 디지털 기술로 인한 정치·사회 구조와 산업·경제 변화를 조망했다.
저자들이 말하는 ‘디지털 2.0’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인간이 좀 더 중시되는 분권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디지털 권력이 한곳으로 쏠리지 않고, 그 책임과 권한이 배분된다는 의미다. 분산된 자율조직을 도입한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개인 간 수평적·민주적 네트워크가 중앙집권화한 기존 플랫폼을 대체할 가능성이 열렸다. 디지털 혁신으로 등장한 모바일과 공유경제는 규모의 경제를 약화시켰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를 디자인한 뒤 모바일과 3차원(3D) 프린터 등으로 공급하는 ‘대량 맞춤’이 가능해졌다. 상품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서비스 등 사회 인프라 전반에서 이런 ‘분권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2.0의 신기술들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지적·물리적 능력을 보완해 인간이 좀 더 포용적인 시스템에서 살게 해준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소수 플랫폼 독점 기업의 새로운 지배와 중앙집권 가능성을 우려한다. 저자들은 “디지털 분권화 현상이 기존 디지털 권력의 지배 메커니즘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채 이를 감시하는 역할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사회 비전을 정치·기업·노동·금융·교육·헬스·도시 등 7가지 영역으로 나눠 설명한다.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장기적 비전과 실현 과정, 각종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분권화 트렌드가 실현될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린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