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후원받는 박인비·고진영…에비앙챔피언십 '물 마시는 법'

입력 2019-07-25 16:28
수정 2019-07-26 13:18
경쟁브랜드 에비앙 마시기 '찜찜'?
제주삼다수 '보랭 커버' 쓰고
공수 못하면 빈 페트병이라도…

고진영·박인비 첫날 선두권 출발


[ 조희찬 기자 ] 25일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네 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총상금 410만달러). 이날 대회장인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리조트GC(파71·6527야드) 낮 최고 온도는 33도다.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온도에 수분 섭취는 필수. 다행히 이 대회는 세계 최초 ‘물 브랜드’인 에비앙이 후원하는 대회다. 에비앙 브랜드를 상징하는 ‘핑크빛’으로 물들여진 이 골프장에선 ‘공 찾기’보다 ‘물 찾기’가 더 쉽다.

박인비(31)와 고진영(24)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교롭게도 둘 다 국산 물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어서다.

선수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대회를 개최하는 메인스폰서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후원사에도 예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글로벌 생수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공룡으로, 또 다른 하나는 글로벌 브랜드로 급성장하는 후발주자로 자존심 경쟁이 치열한 마당이다. ‘도발과 견제’라는 구도는 늘 긴장감을 만든다. 에비앙은 상품 포장과 마케팅 전략으로 ‘프리미엄 생수’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굳혔다. 총상금만 410만달러, 총 운영비를 따지면 이보다 더 큰 금액을 들이면서까지 대회에 심혈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제주삼다수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최근 에비앙을 제치고 국내 생수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다. 에비앙처럼 LPGA투어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만 10개에 달하는 LPGA 대회를 직·간접적으로 후원했다. ‘물맛’뿐 아니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혀나간다는 점에서 에비앙을 닮은 셈이다.

박인비와 고진영의 계약 조항에 대회 중 ‘다른 브랜드의 물을 마시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그럼에도 다른 브랜드의 물을 마실 때는 조심스럽다”며 “선수들도 ‘프로 정신’이 강해 자신을 후원하는 스폰서에 결례를 범하지 않으려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박인비는 지난 몇 년간 제주삼다수가 새겨진 ‘보랭 커버’를 활용해 접점을 찾았다. 고진영은 매니지먼트 측에서 최근까지 제주삼다수 물을 직접 프랑스까지 가져갔다. 불가피하게 에비앙 등 다른 브랜드의 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면 카메라를 피해 고개를 살짝 돌리는 선수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고진영의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아SM 관계자는 “물은 부피도 크고 무거워 가지고 다니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상황이 허락하지 않으면 빈 삼다수 페트병이라도 가져가려고 한다”고 했다.

박인비와 고진영은 대회 1라운드부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 후보다운 활약을 펼쳤다. 둘은 나란히 6언더파 65타를 적어 냈다. 박인비는 우승할 경우 LPGA투어 통산 20승 고지를 밟는다. 또 여자 골프 최초로 5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고진영은 올 시즌 3승이자 메이저대회 2승에 도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