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tudy
성과 관리(1)
성과 측정은 관찰·기록서 시작
MBO 방식은 효과성 강조
필자가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테일러주의, 목표관리(MBO) 등을 이야기하면 먼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테일러주의가 과거의 낡은 유물일까요.
필자가 만난 경영자들은 하나같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경영의 기본 중에는 객관적인 측정과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테일러주의와 MBO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배워둘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입니다. 앞으로 4회에 걸친 성과관리 시리즈는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 피터 드러커의 MBO로 시작하겠습니다.
19세기 말 미국, 테일러가 산업경영에 과학적 연구 방법론을 접목했습니다. 당시 미국 공장의 경영 수준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가내수공업을 간신히 벗어난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요. 테일러가 소개한 과학적 연구법은 두 가지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밀한 관찰이고 두 번째는 수학적 모델링입니다. 주의깊게 상황을 보고 자료를 수집한 뒤 이를 계산해보자는 것이지요.
1881년 당시 25세이던 테일러는 미드발 철강공강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작업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작업 시간과 동작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지요. 그는 공장 노동자들의 과업수행 과정을 여러 가지 세부 동작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 과정에서 낭비를 찾아냈지요. 낭비를 제거하자 생산성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부작용도 드러났습니다. 공장 경영자와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이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 부품인 것처럼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성영화 ‘모던 타임스’는 당시 공장 노동자의 삶을 코믹하게 보여줍니다. 노동자의 삶이 고단해지면서 노동자들은 반발했고, 기업은 관리자의 수를 늘려 이들을 감독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테일러주의에서 어떤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테일러가 공장 경영에 적용하려던 과학적 연구법의 가치입니다. 수평적 조직,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하면서 많은 기업이 구성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양도했습니다. 그러나 종종 경영진은 구성원의 아마추어적 행동에 실망하지요. 아마추어 조직을 관리해야 할 때 해법은 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테일러주의, 노동자 동작분석
테일러가 처음으로 과학적 경영관리를 도입할 때나 지금이나 성과측정은 관찰과 기록에서 시작합니다. 바른 성과측정은 성과 향상을 낳고, 잘못된 성과측정은 엉뚱한 결과를 낳지요. 일전에 모대기업 계열사의 요청으로 담당자와 함께 조직문화 서베이 결과를 검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직원이 회의시간의 낭비를 문제 삼으면서 이를 개선하자고 했습니다. 실제로 회의 횟수와 시간을 측정하니 엄청난 양의 횟수와 시간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측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의의 정량적인 부분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회의의 정성적인 부분도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 거지요. 만약 어느 드라마가 재미나면 사람들은 드라마 횟수나 방영 시간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횟수가 늘수록 환영하지요.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의 품질이 개선되면 회의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회의시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비슷했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상급자가 해당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토론의 장이 돼야 할 회의시간이 상급자 과외 수업이 돼버렸지요. 회의는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입니다. 임원과 관리자는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내려 업무를 진행시키고 관련 실무자들을 코칭해야 합니다. 앞 사례에서 보듯이, 무언가를 개선하려면 먼저 측정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공장 노동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했던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방법은 그래서 지금도 유효합니다.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기법은 공장 노동자의 성과관리에는 유용하나 지식노동자에게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육체노동과 두뇌노동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건을 움직이거나 들어올리는 육체노동은 관찰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두뇌 노동은 쉽게 관찰할 수 없습니다.
1960년대 드러커는 지식노동자의 성과관리를 연구했습니다. 그는 지식노동의 과정을 관찰하는 일이 어려우니, 업무 과정은 실무자에게 맡기고 관리자는 결과만 확인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결과값과 목표값의 차이를 보고 다음 활동을 결정하는 피드백의 필요성을 강조했지요. 과정 중심에서 목표와 결과 중심으로 시선을 이동하는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과정 중심의 관리는 효율성을 강조합니다. 같은 시간과 노력으로 더 많은 결과를 내길 바라지요. 결과 중심의 관리는 효과성을 강조합니다. 기대하는 결과에 근접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지요.
MBO 방식, 지식노동자에게 적합
효율성과 효과성은 자전거의 뒷바퀴와 앞바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뒷바퀴는 속력을 결정합니다. 페달과 뒷바퀴의 회전 수를 비교하면 자전거의 효율을 측정할 수 있지요. 하지만 자전거가 엉뚱한 길에 들어섰다면 어떨까요. 자전거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것은 앞바퀴에 해당합니다. 앞바퀴가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페달을 밟을수록 기대하는 결과에서 멀어진다는 점에서 이 자전거의 효과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을 강조하던 테일러식 경영을 넘어서 효과성을 증대하려 했던 MBO 방식은 지식노동의 성과관리 기법으로 적합합니다. 업무수행 방식을 실무자에게 맡기고 결과만 챙긴다는 점에서 MBO는 현대적인 성과관리 방법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상호신뢰가 부족한 조직에서 과정관리를 실무자에게 맡기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직원의 방심과 태업, 조직의 의심과 감시가 맞물리면서 갈등이 끊이질 않지요. 이 같은 한계에도 MBO 방식은 우리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목표 설정에 실패하면 실패를 목표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통찰입니다. 리더가 모호한 목표를 제시하면 직원들은 엉뚱한 일을 하고 중간보고 후에 재작업을 하게 됩니다.
둘째, 지식노동에서는 정성적 측면의 성과 측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입니다. 리더가 목표 설정에서 성과의 정성적 측면을 외면하고 정량적 평가만 시도하면 평가가 왜곡될 수 있지요. MBO 방식이 성공하려면 정성적 측면을 보는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셋째, 과정을 실무자에게 맡기고 조직은 결과를 챙기는 역할 분리의 필요성입니다. 조직이 구성원의 업무 과정을 하나하나 챙기거나 작업에 필요한 동작을 하나하나 측정하려 들면 직원들은 도망가려 할 것입니다. MBO 도입 이전과 이후의 경영을 비교하면 ‘명령에 의한 경영’과 ‘자기통제에 의한 경영’일 것입니다.
성과의 측정과 기록이 경영활동의 시작임을 알려준 테일러주의, 과정을 실무자에게 맡기고 조직이 목표와 결과를 챙겨야 한다고 말하는 MBO. 두 가지 경영기법은 고리타분한 과거의 성과관리 기법이 아닙니다. 현존하는 모든 경영기법의 토대라 할 수 있습니다. 성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관리하는 기초체력이 부족한 기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테일러주의와 MBO를 다시 한번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용성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