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 유출' 50억弗 부과
2분기 매출은 28% 증가
"성장 여력 입증" 주가 상승
[ 김현석 기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관련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천문학적 벌금, 미 행정부의 반(反)독점 조사 착수 등 온갖 악재를 실적으로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회사 분할 등을 시도할 수도 있는 만큼 페이스북의 운명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은 24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한 168억9000만달러(약 19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 분기보다 8% 늘어난 24억1400만 명에 달했다.
순이익은 26억1600만달러(주당순이익 91센트)로 작년 동기(51억6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이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관련 벌금 50억달러 중 20억달러를 반영한 탓이다. 이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주당순이익이 1.99달러로 시장 예상(1.88달러)을 웃돌았다.
FTC는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2016년 미 대선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쓴 것으로 드러나자 1년 넘게 수사한 끝에 이날 벌금 부과 사실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또 이날 FTC와의 합의에 따라 ‘최고사생활보호책임자’직을 신설하고 미셸 프라티 마케팅담당 부사장을 임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에 제공하던 친구 데이터 접근도 막았다.
월가는 FTC 조치가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50억달러는 FTC가 기존 정보기술(IT) 기업에 부과한 벌금으로는 최대지만, 페이스북의 막대한 순이익에 비춰보면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정규장에서 1.1% 오른 페이스북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브라 윌리엄슨은 CNN에 “페이스북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서도 매출과 사용자 기반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되풀이해서 보여왔다”며 “오늘 실적은 그 힘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또 지난달 FTC가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지난 23일 거대 IT 업체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아마존도 0.3% 상승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0.7%, 애플은 0.08% 약보합세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42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한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거대 IT 기업들이 정치적 폭풍에도 큰 타격 없이 살아남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