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24일(현지시간) 수사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게 아니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사법방해 혐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며 ‘완전 무죄’를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뮬러 전 특검은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의 부정행위 혐의를 완전히 벗겨준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맞다”고 증언했다. 뮬러 전 특검의 의회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청문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초점을 맞췄다. 즉,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공모 의혹에 대한 미 수사기관의 조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막았느냐가 핵심 쟁점였다.
민주당 소속의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행동한 다른 사람은 기소됐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반면 더그 콜린스 법사위 공화당 간사는 특검수사가 불공평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검 조사를 “민주당원들과 다양한 적들이 꾸민,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동기가 담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 직후 트윗을 통해 “청문회는 뮬러와 민주당에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탄핵은 끝났고, 민주당은 대패했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 직전에 올린 트윗에서도 뮬러 특검 수사를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공격했다.
뮬러 전 특검은 22개월간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 후 지난 3월 법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불법 공모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무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측은 “면죄부를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면죄부를 받은게 아니다”며 ‘퇴임 후 기소’ 공세를 펴고 있다.
뮬러 전 특검의 이날 의회 증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공방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