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서 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4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공직자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하고, 말년엔 필리핀에서 원주민을 돕는 사회사업가로 살아온 고인은 2015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투병해왔다.
고인은 1939년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1958년에 대구 계성고등학교, 1963년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청와대 경제비서관, 공업진흥청장을 거쳐 1994년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차관직에서 물러난 고인은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당시 공기업인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사장을 거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데이콤 대표를 맡았다. 적자에 허덕이던 데이콤을 흑자로 바꾼뒤 은퇴했다. 고인은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공무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고인은 은퇴 후 2005년 필리핀 오리엔탈 민도로섬에 사는 원주민인 망얀족 봉사에 투신했다. 그 후 10여년을 필리핀 밀림에서 원주민들과 지내며 교회를 세워 선교활동을 하고 벼농사법 등을 가르쳤다. 고인이 이사장으로 일했던 모리아자립선교재단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고인의 부고를 알리면서 “오늘 새벽 5시40분 박운서 장로님께서 필리핀에서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장례는 필리핀에서 준비되는 대로 서울로 오셔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족은 부인 김옥자씨와 아들 찬준·찬훈·찬모씨가 있다. 빈소는 고인의 유해가 국내로 운구되는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