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유사 상황서 韓·美 긴밀협의"…韓·日 관계 갈등엔 "외교로 풀라"

입력 2019-07-24 17:45
수정 2019-07-25 01:53
정의용·정경두·강경화 연쇄 회동

파병 등 '미국의 조건'만 제시
아덴만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
호르무즈해협으로 이동 가능성


[ 이미아/박재원 기자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과 관련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청와대와 서울 용산동 국방부 청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오가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협조와 내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미국이 동맹국에 내거는 조건’을 밝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이날 두 번에 걸쳐 총 2시간35분 동안 자리를 함께했다. 오전 9시부터 10시15분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1시간15분간 회담했다. 또 오전 11시55분부터 오후 1시15분까지 1시간20분 동안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업무 오찬을 했다.

청와대에선 정 실장과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볼턴 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한반도담당 보좌관 등 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핵심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볼턴 보좌관은 기자들 질문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민감한 질문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만났다. 볼턴 보좌관은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헌신한 용감한 한국의 애국자들에게 행운을 빈다’는 글을 남겼다. 정 장관과의 면담에선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등에 관해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에선 미국의 정식 파병 요청은 없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유조선 보호를 위해 국군 파병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덴만 해상에서 해적으로부터 상선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중순 청해부대 30진으로 파병되는 한국형 구축함 강감찬함(4400t)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선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대화를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적 방침을 내놨다. 볼턴 보좌관이 한·일 간 중재를 위해 일정 역할을 맡으리란 예상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일 갈등에 대해 “양국 정상이 모두 원한다면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동맹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을 거론한 점도 주목된다.

이미아/박재원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