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660억 팔린 獨 부동산 DLS, 만기상환 지연…투자자 '불안'

입력 2019-07-23 18:10
수정 2019-07-24 03:04
"기초자산 발전소 매각 늦어져"
만기 돌아온 134억 지급 연기
증권사 "담보설정…큰 손실 없어"


[ 이현일/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 23일 오후 3시25분

국내 증권사들이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4660억원 규모의 독일 부동산 투자 상품 일부에서 원리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판매한 독일 특수부동산 투자 사모 파생결합증권(DLS) 상품 중 23일과 26일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상품의 원리금 상환이 지연된다고 지난 22일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인 독일 베를린 발전소의 매각이 늦어지면서 약속했던 원리금을 제때 돌려줄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상환이 지연된 원리금은 134억원 규모로 KB증권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물량이다.

문제가 된 DLS는 독일 현지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현 저먼프로퍼티그룹)가 시행하는 부동산개발 사업을 위한 담보대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돌핀트러스트는 전 세계에서 자금을 모아 독일 정부가 문화재(기념물보존등재건물)로 지정한 부동산을 매입,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설계 및 변경 허가를 받은 뒤 선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 투자금을 상환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영국 BBC 방송이 최근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영국의 개인 연금 투자자 일부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졌다. 돌핀트러스트 측은 유럽 현지 매체들의 보도가 잇따르자 “일부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돼 원리금 지급이 늦어졌다”며 “현재는 연체 이자까지 지급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현재까지 만기가 돌아온 국내 DLS 상품은 원리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첫 만기상환 지연 사례가 나왔다. 이 상품은 KB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발행했으며,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KB증권 현대차투자증권 SK증권 등이 판매했다.

만기는 2년1개월이며 첫 번째 해에는 4.8%, 두 번째 해에는 8.8%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DLS마다 투자하는 대상이 다르고 부동산 개발 진행 속도도 달라 앞으로 어느 상품의 만기 상환이 지연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판매된 상품의 만기는 2020년 12월이다.

이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원리금 상환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부동산 등에 담보가 설정돼 있어 원금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만기 연장을 알리는 서신 발송 후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유창재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