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덩치 큰 대기업의 편…매각 협상 땐 빠르게 움직여라"

입력 2019-07-23 17:56
수정 2019-07-24 02:31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선배 창업자들의 조언 쏟아져

대기업은 기술적 차별성 평가
회사가치·제품 장점 어필해야


[ 조수영 기자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목표가 회사 매각이 돼선 안 됩니다. 자칫 딜 하나에 조직이 흔들릴 수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익과 내실에 초점을 맞춰야 선택지가 다양해집니다.”(김강학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AI개발 프로, 전 플루언티 대표)

2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사진)에서는 초보 창업자를 위한 선배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벤처투자·인수 전문 조직인 넥스트로부터 투자와 함께 지원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 모비두의 이윤희 대표는 ‘포장’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자신이 보유한 제품과 기술을 잘 정리한 기업이 경쟁에서 돋보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넥스트는 투자 실사 과정에서 6쪽짜리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가치, 제품의 장점, 삼성전자에 미칠 수 있는 효과, 다른 경쟁 기술과의 차별점을 알리는 과정이다. 윤홍열 삼성넥스트 프로는 “삼성은 당장의 매출보다 잠재력이 있는지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보탬이 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며 “기술적인 차별성,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 등이 특히 중요한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협력할 때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대표는 “기술적 개선사항이 있을 경우 수시로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며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강학 프로는 “매각 협상 과정은 짧고 굵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은 덩치가 큰 대기업 편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길어지면 조직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그사이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처음 협상에 임할 때 기간을 정해놓고 딜이 되든 안 되든 그 안에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대표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을 기업이 소유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며 “지식재산권 보호, 특허, 비밀유지계약서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