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초음파 등 보장성 강화
보험급여 지출 빠르게 증가
건보료율 인상도 차질 빚어
[ 서민준 기자 ] 건강보험이 올 1분기 3946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1204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이 3배 이상 확대됐고 지난해 연간 적자(1778억원)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하지만 건강보험료율 인상 등 재정 확충이 차질을 빚고 있어 건보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1분기 현금 포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946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가입자 보험료 등 16조3441억원의 수입이 들어왔지만 의료비 지원 등 지출(16조7387억원)이 그보다 약 4000억원 많았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재정 악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의 영향이 컸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으로 지원하지 않던 비급여 진료에서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대부분을 급여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선택진료비(특진료) 폐지, 뇌·혈관 등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급여화, 2~3인 병실 건보 적용 등이 차례로 시행됐다. 올해도 아동 충치 치료,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검사, 추나요법 등이 건보 적용 대상에 추가됐다. 의료비는 저렴해졌지만 보험급여 지출이 늘고, 문턱이 낮아진 의료 서비스에 환자가 몰리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특히 MRI, 초음파 등의 서비스 이용과 보험급여 지출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 증가 속도가 느려진 점도 재정 악화에 일조했다.
정부는 1분기 건보 적자 규모가 예상 범위 안에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연간 3조1636억원 적자를 전망했던 것을 감안하면 1분기 적자는 무난한 수준”이라며 “그동안 초과 수입으로 기금이 20조원 정도 쌓여 있어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계획대로 시행해도 2023년에 11조원의 적립금이 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재정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건보 재정 전망은 건보료율을 2022년까지 매년 3.49% 올리는 것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경영·노동계 등 가입자 단체들이 반발하면서 건보료율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저렴해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보 보장성 확대로 국민이 지출하는 의료비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보장 범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국민에게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