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수입 톱4 모두 '반도체·전자'… '일본 없인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입력 2019-07-23 09:41
뉴스래빗 #팩트체크 : 한일 '경제전쟁' ②
△ 일본 '화이트리스트' 1년 수입액 전수 분석

▽ '일본 없인 한국 안된다' 아베의 자신감
▽ R&D, 국산화, 장기 투자 절실한 이유
▽ '톱4' 1년 일본 수입액 7조원 달해
▽ 일본 수입 1위 '반도체·전자등 제조기기'
▽ 수입양 적지만 비싼 고부가 필수물품들


▷[단독]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에서 이어집니다.



한일 '경제전쟁' 상황이 엄중합니다. 일본 아베 정부가 2019년 7월 4일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핵심 3가지 소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이하 폴리이미드) 한국 수출을 막은 이후로 한일 관계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입니다. 한일 경제전쟁 1차전이 '반도체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반도체 전쟁이 끝이 아니란 점입니다. 백색국가, 즉 전략적 우방을 뜻하는 '화이트리스트(whitelist)'에서 일본은 한국을 빼기로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법령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7월 24일까지 일본 내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아베 정부는 각료회의에서 한국 백색국가 제외를 최종 결정합니다. 공식 발표 날부터 21일 안에 개정안은 시행됩니다. 빠르면 7월 내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지위를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수출 금지 품목은 3종 반도체 원자재 말고도 더 늘어납니다. 문제는 수가 좀 많습니다. 전략물자관리원이 발표한 '일본 수출 통제 전략물자 목록'에 따르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로 꼽는 한국 수출물자는 민간용 261개, 비민간용 851개로 총 1112개에 달합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첨단소재, 전자, 통신, 수초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분야 등 핵심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1112가지 품목입니다. 1차 반도체 전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자 대기업에 영점타격 식 공격을 한 것이라면, 2차 화이트리스트는 한국 첨단 산업 전반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반도체·전자 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SK하이닉스 수뇌부는 일본으로, 대만으로, 중국으로 도움의 손길을 찾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일본 3종 반도체 원재료 수입량 분석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주요 수입품 비중을 분석합니다. 일본이 수출길을 틀어막는 1112종 품목 가운데 2018년 7월~2019년 6월 1년동안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무엇일까요. 수입 최대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각각 얼마나 될까요. 반도체 3개 원재료처럼 일본 외 다른 국가 수입은 가능할까요.

일본 수입액이 가장 많은 1~5위 화이트리스트 품목 중 상위 4개 반도체 관련 수입품 현황부터 따져보겠습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hr style="border: 3px solid #666; width: 25%; align:left" />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주 2019년 6월 수출입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뉴스래빗 보도 [단독] 한일 '반도체 전쟁' 1차 승부처…포토레지스트 가장 급하다 이후 발표된 최신 자료다. 2019년 6월 현황을 확보해 분석한 기사는 언론사 중 최초다.

전 세계 수출입 현황을 총망라한 데이터에서 일본 부분만 추렸다. 대일 무역 현황에서 수입 금액 및 중량을 살펴본다. 2019년 6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무엇인지, 해당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얼마나 높은지 분석한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하는 품목별 수출입 현황 중 각 '품목'은 수십~수백가지 제품을 포함한다. 일종의 카테고리(category·분야) 개념이다. 뉴스래빗은 수입 품목의 범위를 좁혀보고자 전략물자관리원에 세부 코드명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수입량(t)을 기준으로 살펴본 지난 편과 달리 수입 금액을 기준으로 중요도를 파악한다. 같은 품목이라도 세부 제품 무게가 제각각일 수 있는 만큼, 가장 금액이 큰 품목을 최대 수입 분야로 본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1년치 수출입 현황도 함께 시각화한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최근 1년간 '최다 수입 품목'들의 월별 추이다.


일본 수입액 '톱5' 분석

톱5 중 4개 반도체·전자 품목
1위 반도체·전자등 제조기기
1년 수입액 2조5000억 달해

2019년 6월 한 달간, 대일 수입액 규모가 가장 컸던 5가지 품목 중 4가지는 반도체 관련 장비· 소재 및 관련 화학물입니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전체 품목을 수입 금액 순으로 따져본 결과입니다.



2019년 6월 한 달간 가장 많은 돈을 일본에 주고 수입한 품목은 '반도체 디바이스나 전자 집적회로 제조용 기계와 기기'입니다.

이 품목은 뉴스래빗 조사기간인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년간 매달 일본에서 1억~3억달러어치씩 꾸준히 수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6월 한 달동안만 1억1623만달러어치(약 1369억원)를 수입했죠. 1년 전체 수입액은 21억6405달러, 우리 돈으로 2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최근 1년간 추이를 월별로 봐도 일본 수입 품목 중 수입액이 1~2위로 항상 많습니다. 이 품목에는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한 세척·식각·가열·절단 장비가 포함돼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지난 기사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 포토레지스트를 가공하는 장비 역시 포함됩니다.

2019년 6월 일본 수입액 2위 '철의 웨이스트(waste)와 스크랩(scrap), 철강의 재용해용 스크랩 잉곳(scrap ingot)'을 제외한 3~5위도 모두 반도체나 전자공업에 쓰는 품목입니다.

'프로세서와 컨트롤러'가 수입액 1억143만달러로 3위입니다. 모노리식(monolithic)·하이브리드·복합구조칩 등 집적회로를 포함하는 품목입니다. 반도체 관련 전자공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4위 '전자공업에 사용하기 위해 도프 처리된(doped) 화학원소 및 화학화합물(8514만달러)', 5위 '감광성 반도체 디바이스와 발광 다이오드(7212억달러)'는 품목 이름에서부터 반도체 관련 물품임이 드러납니다.
톱4 1년 일본 수입액 7조 달해
일본 전체 수입 11.6% 차지


2019년 6월 수입액이 많았던 반도체 혹은 전자공업 관련 1·3·4·5위 4가지 품목의 최근 1년(2018년 7월~2019년 6월) 일본 수입액은 58억8362만2971달러(약 6조9000억원), 무려 7조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대일 수입액 전체(508억7579만1306달러)의 11.6%에 이릅니다. 매월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5000여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비중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이 '반도체'란 뜻입니다. 이 품목에 전략물자가 얼마나 포함된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반도체 관련 물자 3가지를 선정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일본 수입 톱4 '반도체' 품목
양 적지만 단가 비싼 고부가 필수물품

한국 입장에서 볼까요. 일본 수입금액 상위 5개 품목 중 4개에 이르는 반도체 관련 품목. 이 품목들의 대일 의존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습니다.



4가지 품목 중 최신 대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건 '전자공업에 사용하기 위해 도프 처리된(doped) 화학원소 및 화학화합물'입니다. 금액 기준 대일 의존도 45.6%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2019년 6월 전세계 수입 금액 1억8667만달러 중 8514만달러어치를 일본에서 사왔죠.

수입 중량과 비교해보니 특이점이 보입니다. 이 품목을 수입하기 위해 전세계에 지불한 돈 중 절반을 일본에 썼지만, 수입 중량을 보니 중국이 압도적입니다. 이 품목의 2019년 6월 수입량 1013.1톤 중 761.9톤, 75.2%가 중국에서 수입됐죠. 일본이 그 다음이지만, 2019년 6월 수입량은 불과 125.5톤, 전체의 12.4% 정도입니다.

이 품목에 어떤 세부 제품이 포함돼 있을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그 세부 제품들이 전략물자인지도 알 수 없죠. 다만 대일 수입액이 가장 높았던 품목의 양이 현저히 적다는 건, 이 항목 안에 '일본이 아니면 안 되는' 작지만 비싼 고부가가치의 화학물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 작지만 비싼 물품이 전략물자라면, 일본의 다음 타겟일 가능성 또한 높겠죠.



'감광성 반도체 디바이스와 발광 다이오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품목은 일본 수입액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2019년 6월 전세계 수입액의 30%,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의 60% 남짓입니다.

중량을 비교해볼까요. 이 품목의 대중, 대일 수입액 차이에 비해 중량 차이가 큽니다. 1달러당 중량을 따져보면 중국에서 1달러에 54g을 수입해오는 반면 일본에선 1달러에 0.92g을 수입해오는 꼴입니다. 한 품목 내에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 가늠하긴 어렵지만, 같은 카테고리 내 다양한 제품 중 일본에서는 보다 작지만 비싼 고부가 물품을 수입해온다고 추측할 수 있죠. 뉴스래빗은 이를 일본 자신감의 근거로 봅니다.
'일본 없인 한국 안된다' 日자신감
R&D, 국산화, 장기 투자 절실
문재인 정부는 7월 말부터 한국이 일본의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확전을 이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이 산업통상자원부 등 한국의 공식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7월 23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의 부당함을 제기하는 공식 의견서를 전달합니다.


이마저도 이메일 전달이라 공식적 만남은 아닙니다. 차선책은 스위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국제 여론전을 벌이는 일입니다.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3부터 이틀간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수석대표로 날아갔습니다.

여론은 만들 수 있지만 당장 일본의 공격을 멈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갈등 해결 중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모두 원하면 (내가) 나설 수 있다"면서도 "한일 정상이 둘 다 원하면 관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일본과 직접대화도, WTO 여론전도, 트럼프의 개입도 현재로선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다만 화이트리스트 규제가 시작된다고 해도 일본이 민간용 품목 전체까지 수출 금지할진 미지수입니다. 일본의 한국 전략 수출물자는 총 1112개, 이 중 민간용이 261개, 비민간용 851개입니다.

비민간용엔 군사용 설비 및 소재가 포함됩니다. 이 수출은 제한할 수 있지만 민간용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을 전부 막을 순 없다는 예상은 나옵니다. 일본 민간용 제조업체의 손실도 일본에겐 부담인 탓입니다. 최근 일본 한 고위 관료가 "일본이 군사용이 아닌 민수용 반도체 소재는 계속 수출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 정부와 삼성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이미 한일 '경제전쟁' 장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입니다. 뉴스래빗이 보여드린 것처럼 한국 산업계의 일본 의존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반도체, 전자 생산품의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꼭 필요한 재료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점은 뼈아픕니다.

비메모리·메모리·디스플레이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감광액)·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종 한국 수출부터 일본이 틀어막은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일본 없이는 한국 첨단 산업은 불가능하다'는 일본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산화' 카드를 꺼내든 배경입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로 일본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 다변화뿐 아니라 국산화 길을 걸어가야하는 이유입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 그리고 장기적 전략이 절실합니다 !.!
<hr />일본 '화이트리스트' 1년 수입액 전수 분석 하편 예고 :) 1년 간 일본 수입액이 가장 많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품목 외에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은 또 있습니다. 수소차 · 배터리 · 인공지능(AI) 관련 부품 · 산업 화학제품 · 기계설비 등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보다 수입액은 적지만 국내 산업군 전반에 널리 쓰입니다. 타격이 예상됩니다. 하편에선 이들 일본 의존도를 따져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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