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지역 아닌 해역서 공격 당해
해적 7명, 소지품·돈 빼앗고 도주
[ 임락근/성수영 기자 ] 싱가포르 인근 남중국해를 항해하던 한국 국적 화물선이 정체 불명의 해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22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5분께 싱가포르 북동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해상을 지나던 한국 국적 화물선 씨케이블루벨호(4만4132t)가 해적들 습격을 받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반 화물선은 보통 15노트 미만으로 항해하는데, 해적들이 20노트 이상 속도를 내는 스피드보트를 타고 따라붙었다”며 “해적 7명이 배에 올라타 선원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씨케이블루벨호에는 한국인 선원 4명, 인도네시아인 선원 18명 등 모두 22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선에 승선한 해적은 무기로 선원들을 위협했다. 1명은 총을, 2명은 칼을 들었다. 해적이 선원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선장과 2항사가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들은 현금 1만3300달러(약 1600만원)와 선원들의 휴대폰, 옷, 신발 등 소지품을 빼앗아 30분 만에 배에서 내려 달아났다. 해적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수부에 따르면 피해 화물선은 옥수수 6만8000t을 적재하고 브라질을 떠나 싱가포르에서 연료를 보급받은 뒤 인천으로 오는 중이었다. 화물선은 정해진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정기선이 아니라 일정한 항로나 하주를 한정하지 않고 운항하는 부정기선이었다. 해적 사고 이후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항에는 오는 30일 입항할 예정이다.
해경은 피해 화물선에 무기를 휴대한 해상특수경비원은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선박 항로가 위험해역이 아니라 통상적인 해역이었기 때문이다.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에는 해적이 자주 출몰하지만 이번에 피습당한 곳은 그로부터 수백㎞ 떨어진 남중국해 한가운데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적 선사 보안책임자 전원에게 해적 사고 상황을 전파하고, 사고 해역 인근을 지나는 국적 선박에 해적 활동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임락근/성수영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