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클리대 컴공 정원 1590명
서울대는 15년째 55명에 '꽁꽁'
정원 규제 풀어 AI 기반 넓혀야"
장병탁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
얼마 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한국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라고 했다. 그가 이렇듯 AI 한 분야를 강조한 것은 한국이 AI 선진국이 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지도 모른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AI 머신러닝의 기본 정리이기도 하다. 투자 없이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지난 20년간 투자하지 않다가, 갑자기 산업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AI 인재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딥러닝 AI의 선구자들은 대부분 튼튼한 기초 교육을 받고, 자기 분야에서 장기간 고집스레 연구해온 사람들이다. 올해의 튜링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AI 연구의 주류가 아니던 뇌를 닮은 신경망 모델 기반의 머신러닝을 1980년대부터 연구해왔다. 산업과 가장 멀어 보이는 연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캐나다 정부 산하 캐나다 혁신기술연구소(CIFAR)와 몬트리올대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이 연구를 30년 넘게 지원했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지금 이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이 AI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대학에서 AI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세계는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고 있다. 고급 인력은 국내외 할 것 없이 실리콘밸리에서 제일 먼저 데려간다. 많은 사람이 딥러닝 AI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경쟁력 있게 AI 문제를 풀 수 있는 훈련받은 AI 전문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세계 유명 대학들은 AI 전문인력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는 컴퓨터과학 전공자 수가 2009년 142명에서 2018년 1590명으로 약 11배로 늘었다. 졸업생 수는 같은 기간 84명에서 608명으로 약 7배로 증가했다. 스탠퍼드대는 2018년 학부 컴퓨터공학 전공자 수가 739명을 헤아린다. 그런데 서울대 컴퓨터공학 전공자 수는 15년째 55명이다. 국내 다른 대학 사정도 마찬가지다.
AI 인재 양성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교육을 필요로 한다. AI 분야는 자체가 학제적이어서, AI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 전기·전자, 수학·통계, 뇌인지과학, 인문사회과학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교육은 학부 때부터 집중해야 한다. 대학원에서 시작하면 이미 늦다.
학부에서부터 AI 인력 양성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3개 대학으로 시작하는 ‘AI 대학원 지원사업’은 학부 교육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 관련 분야 학부생이 많아야 타 분야 대학원 과정의 AI 연구자가 늘게 되고, AI 산업화도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조업 등 전통 산업 분야에서 AI 전문가를 채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전통산업 분야에 AI 전문가가 넘쳐야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할 수 있다.
AI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 인재 육성이 절대적이다. AI 관련 분야 학부 정원을 늘려 AI 인재 저변을 확 넓혀야 한다. 일본은 대학생 AI 전문가 50만 명 양성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만도 매년 1만 명의 AI 인재 양성계획을 세웠다.
이런 추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대학의 AI 관련 학과 정원을 적어도 2만 명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수도권 대학 AI 관련 학과의 정원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버클리대처럼 AI 관련 학과 정원을 10배로 늘릴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AI 인재 전쟁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이고 긴급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