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왁자지껄
최근 유명 호텔예약 중개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해 이 곳을 통해 여름 휴가를 계획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숙박·여행 예약대행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그만큼 폐업하는 업체도 많아지면 소비자 피해기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피해 구제도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호텔예약업체 사과문만 내고 잠적
지난 15일 해외 호텔예약 전문업체 호텔럭시닷컴이 영업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업계 전체로 몰아닥친 경영환경 악화로 부득이하게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며 “회사 정상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지난 16일 해당 회사의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고소인 2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업체 대표는 출국 금지를 내렸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 규모는 약 270명, 피해 금액은 2억원에 이른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갑작스럽게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은 고객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영업 중지 하루 전까지 정상 영업을 하면서 소비자들을 기망했다는 것이다. 영업 중지 전에 취소를 했는데 예약금을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 회사를 통해 세부여행을 계획했던 피해자들은 “출발하기 바로 전날에 예약이 취소돼 급히 다른 호텔을 알아봐야 했다”며 “다른 회사보다 저렴하게 판다고 광고하더니 결국 사기였다”고 토로했다.
숙박예약이나 여행을 중개해주는 여행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아 피해를 보는 사례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36년을 운영해온 탑항공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면서 10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 이들의 피해 금액만 20억원에 달한다. 탑항공 외에도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사, 싱글라이프와 같은 업체들이 줄이어 폐업했다. 글로벌 여행업체들의 진출과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한해 1200개 폐업하는 여행업계
여행업계에서는 호텔럭시닷컴과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업체를 세우기 쉬워지면서 중소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폐업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에서 등록된 여행업체 수는 1만7593개에 달한다. 이중 작년 인·허가를 받은 일반여행업(국·내외 여행 및 숙박 중개) 업체는 908개에 달한다. 폐업을 신고한 업체 수는 272개에 이른다.
여행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배경은 여행업 등록자본금 인하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작년 6월부터 여행업 등록자본금을 절반으로 인하했다. 당초 2016년부터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진행한 것을 상시 시행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국내·국외·일반여행업으로 등록하려면 각각 1500만원, 3000만원, 1억원의 자본금만 갖추면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여행사 수도 급증했다.
그만큼 폐업을 신고하는 업체들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여행업체 중 폐업을 신고한 업체는 2015년 147개, 2016년 154개에서 2017년 270개로 크게 늘었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60개가 넘는 업체들이 폐업했다. 설립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국외 여행사들을 합치면 작년 한해에만 1200개가 넘는 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숙박·여행·항공 분야에서 신청된 소비자피해구제는 2016년 2796건에서 2017년 3145건, 2018년 3307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여행관련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지만 해당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여행업체를 선택하기 전에 영업보증보험 등에 가입돼 있는 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조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폐업으로 여행사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해당 여행사가 영업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여행사가 이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한국여행업협회를 통해 보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