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디지털 프런티어] 개인 데이터의 값어치는?

입력 2019-07-18 17:23
[ 오춘호 기자 ]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13년 개인의 정보 데이터 가격을 0.05센트로 추산한 적이 있다. 빅데이터란 용어가 회자되지 않던 6년 전의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 가격이 1달러도 안 된다고 믿는 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개인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구글의 사용자 1인당 데이터 값어치를 400달러로 계산하는 사람도 있다. 구글의 시가총액 8007억달러를 전 세계 사용자 20억 명으로 나누면 이런 수치가 나온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하면 페이스북의 개인 데이터 가치는 245달러가 된다. 하지만 5000만 명이 사용하는 온라인 쿠폰 앱 그루폰의 개인 데이터 가치는 38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기업 규모와 쓰임새, 개인 특성과 성장세에 따라 데이터의 가치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데이터 자본주의에서 개인 데이터 가치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개인의 특성과 활용도에 따라 채 1달러가 되지 않기도 하고 수백달러까지 값이 나가기도 한다. 데이터 거래가 활발해지면 개인의 데이터 값도 올라간다.

미국에선 이미 이런 거래를 움직이는 민간 데이터 브로커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 규모가 15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액시엄이나 엡실론처럼 맞춤형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브로커 기업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 거래소 설립에 활발히 나서는 국가들도 있다. 일본에선 일본 총무성과 NTT 등 민간 대기업 100곳이 참여해 2020년까지 ‘IoT 빅데이터 거래소’ 설립을 준비한다고 한다.

하지만 데이터 거래에서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기업들의 공정 거래 여부는 늘 따라다니는 이슈다. 일본 등에선 개인 데이터에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독점금지법을 개인 정보에도 적용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있다. 독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페이스북과 아마존에 의한 이용자의 데이터 수집이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돼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미연방거래위원회(FTC)도 최근 개인 정보의 부정 유출을 이유로 페이스북에 50억달러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개인 정보 보호와 독점금지조항만이 아니다. 마크 워너와 조시 홀리 미국 상원의원은 최근 정보 데이터 기업들이 데이터 가치를 사용자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사용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간단하지가 않다. 사람마다 기업마다 다를 것이다. 이제 개인 데이터도 개개인의 재산으로 보호하고 지켜야 할 재산권의 일부로 인정되는 시기가 닥치고 있다.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