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마트 직원 "가방검사 수치스럽습니다"
'가방검사' 이마트 사라졌지만 홈플러스 시행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괴롭힘 기준 혼란
"저는 홈플러스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는 40대 초반 아줌마입니다.
이마트에서 수 년 근무했으며 일을 그만두고 다시 일을 찾던 중 제일 잘하는 일이 판매일이다 보니 홈플러스에 다시 취직하게 됐습니다.
다시 일하게 된 데 대한 보람은 큽니다. 하지만 다들 즐거워야 할 퇴근시간이면 오히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 홈플러스에서는 이마트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된 직원가방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직원들을 잠재적인 도둑으로 보는 것이 유쾌하진 않지만 일부 직원들이 유혹을 못이겨 나쁜 마음을 먹은 일이 있으니 모두가 그런 대접을 받는것에 대해 이해하려 합니다.
이런 검사가 불쾌한 저는 가로 20cm, 세로 10cm 정도의 파우치 사이즈 가방만 가지고 다닙니다.
하지만 가방 검사를 피할 수는 없었고 지갑, 팩트, 립스틱 정도 들어가는 작은 가방이니 이 정도 크기는 배려해달라고 수 차례 건의해봤지만 묵살당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큰가방에 작은 가방을 넣어 가지고 다닙니다. 차라리 이렇게 하면 수치스러움이 덜하니까요.
웃기는 건 이렇게 큰 가방 안에 작은 가방을 넣으면 안의 가방까지 열어보라고는 하지 않더라고요.
작은 가방까지 보여줘야 하는건 발가 벗겨지는 느낌이라 참기 힘듭니다. 이런 모욕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저촉되지 않을까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직원 5명 이상 76만개 업체에서 시행된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나 모욕을 해 회사에 신고하면, 경영진은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신고자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는 징계해야 하는 조항이다.
회사가 만일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정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A씨와 같이 마트에서 근무하며 가방검색을 당하고 불쾌했다는 사연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가방 검사가 무리한 인권침해가 아닌지 의문을 표했다.
그렇다면 마트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원치 않는 가방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을까.
법알못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기본권 보장을 위해 '참새를 대포로 잡지 마라'라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프라이버시권 같은 기본권은 필요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게 원칙이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방 감독할 인력으로 충분히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즉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가장 적게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이는 국가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데에 적용되지만 요즘은 국가처럼 큰 힘을 가진 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유력한 견해다"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측은 A씨가 토로한 가방 검사시 느낀 모욕감에 대해 "사내 취업규칙에 회사는 입출문시 사내 질서유지와 위해 방지를 위해 소지품을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본사 게시판 및 사업장 게시물로도 공지하고 있다"면서 "해당 직원께서 모욕감을 느낀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직장 내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데 어떤게 괴롭힘인지 분명하지 않아 많은 기업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들은 대응절차 등 취업규칙을 새로 만들어 신고해야 하는데, 대한상의 조사 결과 중소기업 약 20%는 아직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김가헌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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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