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행복 토크'…직급 파괴하고 구성원 만나 직접 소통

입력 2019-07-15 16:11
조직문화 혁신


[ 강현우 기자 ]
SK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기업문화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을 자발적인 방향으로 혁신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의 기업문화 혁신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서울종로 SK서린사옥에서 열린 ‘행복토크’에서 구성원 300여 명과 함께 소통하면서 “용기 있게 변화를 시도하는 ‘퍼스트 펭귄’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의 이런 발언은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을 직접 제안하고 참여하는 자세가 일하는 방식 혁신의 시작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SK그룹 측은 설명했다. 자발적 노력과 실천이 회사 업무와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단초가 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최 회장은 이처럼 국내외 구성원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올해 100회 이상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6월 말까지 50여 회를 했다.

구성원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직급 파괴’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하반기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부사장·전무·상무 구분을 없애고 임원은 동급이 된다. 호칭도 본부장·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른다. 경직된 한국식 직급 문화에서 벗어나 임원을 관리자보다 핵심 플레이어로 활용하겠다는 시도다.

직급 파괴 바람은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는 등 팀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애자일(민첩한) 조직’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팀장 직책이 없어지고, PL(프로페셔널 리더)이 단위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한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구글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내 호칭을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SK텔레콤의 사내 호칭 변경은 2006년 직급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한 이후 12년 만이다.

1년이 지난 요즘 박정호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사장은 ‘JP’로 불린다. JP는 박 사장의 영문 이름인 ‘Jung Park’의 앞글자만 딴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행복한 소통 토크 콘서트’에서 자신을 “사장님 대신 JP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는 세대·직위·직군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의견 개진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 1월부터 선임·책임·수석으로 나뉘어 있던 기술사무직 전 직원의 호칭을 TL로 통일했다. 기술(technic)과 재능(talent) 등 중의적 의미를 담은 호칭이다.

SKC는 2017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 직위 체계를 폐지하고 ‘매니저’로 통일하면서, 내부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되는 직급 체계도 4단계로 줄였다. 이에 따라 이르면 입사 8년차 과장도 팀장 직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부하 직원이 상사 결재 없이 휴가를 가는 등 실제 업무에서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결재 없이 ‘본인 기안 후 본인 승인’ 절차를 통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신고제’를 도입했다. 구성원이 자신의 휴가 사용을 승인하면 알림 메일이 소속 팀의 팀장과 유관 부서 팀원들에게 전달된다. SK텔레콤도 ‘휴가 셀프 승인’ 제도를 통해 구성원 본인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충전을 위한 장기 휴가도 운영 중이다. 2016년 도입된 ‘빅 브레이크’는 SK이노베이션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근무일 기준 5~10일, 주말 포함 시 최대 16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SK텔레콤은 ‘리프레시 휴가’를 시행 중이다. 10년 단위로 45일의 장기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다.

SK텔레콤은 구성원 개개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하는 ‘디자인 유어 워크 앤드 타임’도 시행하고 있다. 평균 출근시간은 기본적으로 오전 9시지만 자신의 업무 환경과 가정, 자기계발 등 개인 상황에 따라 출근시간을 유동성 있게 조절한다. 특정 주에 업무가 몰리는 직원은 그 전주에 30시간, 해당 주에 50시간으로 나눠 일할 수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