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日 총리가 '주전장'을 싫어합니다 [종합]

입력 2019-07-15 13:48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심기를 건드린 문제작 '주전장'이 베일을 벗었다.

15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영화 '주전장' 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미키 데자키 감독은 "아베 신조 총리에게 고맙다"며 "땡큐 아베(Thank you Abe)"를 외쳤다.

'주전장'은 일본군 위안부에 기사를 쓴 기자가 우익들에게 인신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며 일본 민족주의자들이 왜 그토록 위안부 문제를 감추려고 하는지 의문점을 제기한 일본계 미국인 유튜버 미키 데자키의 시선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최근 한국내 반일 감정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지난 4일부터 이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 3종을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하며 한국 압박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결정이 국내 반일 감정을 건드린 것.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브랜드는 물론 일본 여행까지 지양하는 '일본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최근 아베 신조와 관련된 이슈로 우리 영화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아베 총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일본 개봉 당시 일본 극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주전장' 보이콧 및 상영금지 움직임에 대해서도 "홍보가 돼 고맙다"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여기에 나왔던 논객들 중 몇몇은 제가 그들을 오해하게 만들었다면서 '속았다'는 말을 했다"며 "저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지, 제가 그들을 속이고 증언을 조작한 것은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그들이 일본에서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일본 극우파들의 반발은 물론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영화를 봐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주전장'은 더욱 유명세를 얻게 됐다. 더욱이 일본내 선거 시즌을 앞둔 만큼 '주전장'에 대한 설전이 더욱 팽팽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선거라는 타이밍까지 겹쳐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이 영화를 봐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와서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자평했다.

또 일본 관객들에게 호평이 이어지는 반응을 전하면서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위안부에 대해 잘 몰랐다"며 "잘 몰랐던 정보를 알려줬던 게 충격적이면서도 재미로 다가왔던거 같다"고 분석했다.

'주전장'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됐고, 오는 25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우리 영화는 일본 영화가 아니니 보이콧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하면서 "영화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 사람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 사람들이 일본 관료를 뽑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다르다"며 "일본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갖더라도 정책이지 사람에 대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현재의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아베 정권이 정치 문제를 무역 제재로 대응하는 것에 "유감"을 표현하면서 "이건 본질적으로 인권 문제"라며 "한일간의 싸움인 것처럼 몰고가는데, 위안부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해오지 않았나 싶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또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어 기쁘다"며 "양쪽의 입장을 전하면서 왜 이지점에 와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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