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90) 원자력 에너지와 공포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방향 태평양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영향으로 태평양 연안 일본 도시들을 향해 거대한 쓰나미가 일었다. 해일로 죽거나 실종된 사람만 2만 명 가까이 됐고 다친 사람도 6000여 명에 이르렀다. 고향을 잃은 이재민은 수십만 명이었다.
후쿠시마 사고의 진짜 원인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지진 역사상 가장 강력했으며 20세기 초 현대적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강한 다섯 번째 지진으로 기록됐다.
지진과 해일만으로도 크나큰 자연 재해였는데 곧이어 큰 비극이 터졌으니 쓰나미의 영향권에 있던 후쿠시마현에 원자로 4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자연 재해에 도쿄전력은 제때 대응하지 못했고 이른바 ‘멜트다운’(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이 일어났다.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했고 발전소 근방은 순간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반(反)원전 분위기를 불러왔다. 비극의 당사자인 일본은 일시적이었지만 50여 기에 이르는 나라 안의 전체 원자로를 가동 정지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상황인 만큼 원자로를 일제 점검한다는 차원의 조치였다.
사실 반원전 분위기는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도 있었다.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 원전과 방사능 피해를 두려워하는 대중의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사고 뒤 원전을 포기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최대 수준의 원자로 보유국이며 스리마일 원전의 경우 심지어 재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분명 비극이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원자력은 위험한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먼저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은 인재가 아니었다. 해저 지진에 따른 쓰나미라는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자연 재해였다. 인간은 자연 재해를 예측하려 최대한 노력하고 그에 따라 대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재해를 막긴 어려운 것이다.
해일에 아파트가 쓰러진다면
예를 들어 보자. 전망 좋은 해안가에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는데, 쓰나미로 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고 하자. 비극의 원인이 쓰나미 때문인가? 아니면 아파트 때문인가? 아파트 때문이라면 앞으로 아파트를 안 지을 건가? 아파트는 되는데, 원전은 안 된다는 건 논리의 모순이다.
원자력은 위험한 에너지라는 일부의 주장은 다른 발전 유형들과 비교해 봐도 불공평하다. 물론 원전에서 사고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발전량 대비 사고율은 다른 발전 형태에 비해 지극히 낮다. 그건 원전이 그만큼 안전하게 관리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원전의 발전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항공 사고는 한 번 났다 하면 생존율이 극히 낮은 대형 사고이기에 비행기가 무척 위험한 수송 수단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운전 거리 대비 사고율을 놓고 보면 비행기는 자동차나 선박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전하다. 항공 사고를 이유로 비행기 이용을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후쿠시마로부터 교훈을 얻는다면 그건 원전을 없애자는 식의 퇴행적인 게 아닌 앞으로 더 나은 원전을 만들자는 진보적인 방향이어야 한다. 스리마일, 체르노빌의 비극을 발판 삼아 인류는 더 나은 원전을 만들어 왔다. 후쿠시마도 마찬가지다. 스리마일, 체르노빌을 통해 원전 사고에서 인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위험을 통제해 왔다면 후쿠시마를 계기로 사고의 가능성을 자연 재해까지 넓혀 그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끔 철저히 준비하자. 원전은 위험하고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이야말로 후쿠시마의 비극으로부터 진정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발상일 뿐이다.
원전을 없애자는 주장
원자력 발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에너지 중 가장 깨끗하고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다. 수력은 효율성이 낮은 데다 댐이나 보를 건설하면 수몰 지역도 생기고 주변 환경도 바뀐다. 화력은 어찌 됐든 제한된 석유나 석탄을 소모한다. 풍력이나 조력 발전은 아직까지 존재감조차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인류는 갈 길이 먼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원자력 발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에너지 중 가장 깨끗하고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다. 수력은 효율성이 낮은 데다 댐이나 보를 건설하면 수몰 지역도 생기고 주변 환경도 바뀐다. 화력은 어찌 됐든 제한된 석유나 석탄을 소모한다. 풍력이나 조력 발전은 아직까지 존재감조차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이 아닌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인류는 갈 길이 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