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기술 발달로 계속 진화 중

입력 2019-07-15 09:00
(62)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암호화폐와 함께 탄생한 블록체인 기술
개선된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범위도 넓어져


울릉군 앞바다에서 보물선이 발견됐다. 2018년 8월, 신일그룹은 러·일 전쟁에 참여했던 돈스코이호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돈스코이호에는 200t의 금괴와 5500상자의 금화 등 150조원에 달하는 보물이 실려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실려 있다는 금을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되지 않은 허술한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결국 약 2400명의 피해자와 90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한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마치 동의어처럼 사용됐다. 그중에서도 1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핵심 특징인 ‘탈중앙화’도 블록체인의 거래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A가 B에게 비트코인의 송금을 시도하는 순간,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이 생성돼 참여자에게 전송된다. 흔히 들어본 비트코인 채굴은 이렇게 생성된 블록의 유효성을 검증해 원장에 연결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를 ‘작업증명’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채굴은 블록이 생성될 때 랜덤으로 생성된 64자리 문자열 중 19개를 맞추는 과정이다. 단순하게 문자를 하나씩 대입해 암호를 맞춰야 한다. 따라서 채굴은 빠르고 많은 시도가 핵심이다.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채굴에 성공하면 블록은 원장에 연결돼 다른 참여자에게 공유되고 검증을 받는다. 검증 결과 참여자의 50% 이상이 동의하면 정상거래로 인정되어 채굴자에게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지급된다. 이렇게 검증된 블록은 앞서 검증된 블록 다음에 연결돼 참여자들이 가진 원장에 기록된다. 거래 내역을 담은 블록들이 기다란 사슬처럼 첫 번째부터 마지막 거래까지 순차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암호화폐의 진화와 블록체인

1세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중개자를 배제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지만,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단점이 드러났다. 비트코인의 블록은 10분에 하나씩 생성되고, 한 블록의 사이즈는 1메가바이트를 넘을 수 없는 탓에 거래가 몰리면 승인 시간이 길어지거나 보류되기도 한다. 또한 지급결제 수단이 아닌 다른 분야로 확장할 수 없다.

하지만 2014년 제2세대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블록체인 기술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거래속도는 20초로 줄어들었고, 블록의 크기는 무제한으로 설정해 기존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했다. 한편, 비트코인이 화폐적 거래수단에 한정된 점에 비해 이더리움은 다양한 형태의 계약에 사용될 수 있다. 조건이 충족되면 거래가 자동적으로 진행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 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상세 조건을 부여해 부동산, 차량, 보험금 청구와 같은 다양한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에 필요한 서류 없이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 간편하고, 중개자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도 절감되어 시간과 비용 모두를 아낄 수 있다.

암호화폐를 통한 기업의 자금확보

약 130년간 필름 카메라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오늘날 3달러에 불과했던 코닥의 주가가 2018년 1월, 11달러까지 급상승했다. ICO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사진 거래 구축 플랫폼을 구축하고,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는 코닥의 발표가 있은 직후였다. ICO(Initial Coin Offering)란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듯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안이 강화된 모바일 메신저로 알려진 텔레그램은 두 차례의 ICO를 통해 약 17억 달러(1조 8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신뢰성을 확보한 덕분에 쉽게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ICO는 전면 금지된 상태다. ICO로 인한 투기 열풍과 사기성 ICO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이다. 2017년 전 세계에 시도됐던 총 902개의 ICO 중 절반에 가까운 418건이 실패한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많은 국가에서 ICO는 아직 별도의 법적 제한이 없어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하지만 원청봉쇄가 언제까지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주식을 상장하기 어렵거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ICO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력 높은 국내 기업들은 규제가 없는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로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기술이 지닌 한계로 인해 무조건적인 금지나 완전한 규제 철폐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의 단점이 장점을 구축하지 않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규제가 필수적이다.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경계하되 다양한 장점을 실현할 면밀한 검토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