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애슬래저 룩'이 패션계에 유행하면서 레깅스를 착용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애슬래저는 '애슬래틱 (Atheletic)' 과 '레저 (Leisure)' 의 합성어로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온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류에 대해 여전히 불편하게 보는 시작이 있다. 여성의 하체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 선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30대 중반 여성 A씨는 운동할 때 입는 레깅스가 야하다고 지적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다.
A씨는 헬스, 필라테스를 좋아해 10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예전엔 평범한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었지만 최근 들어 취향을 저격하는 스포츠 의류 브랜들이 늘어나면서 레깅스와 운동용 탑을 구매했다.
남자친구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두 사람은 퇴근 후 종종 헬스장을 함께 찾았다.
A씨가 레깅스에 스포츠 웨어를 입고 등장하자 남자친구 B씨는 "보기 싫다. 남자들이 다 쳐다보지 않냐. 폼 잡으려고 운동하는 거 같다. 이렇게 야한 사람이었냐. 다른 옷으로 갈아 입어라"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A씨는 "남자친구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면 근육의 움직임도 잘 보이고 운동할 맛이 나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토로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도 이 같은 논쟁이 있었다. 대학 신문에 올라온 기고문엔 "짧은 상의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은 여학생들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글쓴이는 "여성의 몸과 노출에 초점을 맞춘 레깅스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것 같다"며 "레깅스에 대한 유행이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고 썼다. 기고문을 본 학생 1000여 명은 레깅스 차림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일종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A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운동할 때 운동복을 입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몸매에 따라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옷이다. 중요한 건 글쓴이가 무엇을 입을지 결정할 권리는 남자친구한테 없다는 것", "요즘은 남성들도 레깅스 많이 입는다", "남이 뭘 입든 무슨 상관인가. 개인의 자유 아닌가"라며 A씨를 두둔했다.
반면 "여성전용헬스장도 아닌데 레깅스 차림의 여성들을 보면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아무리 몸매가 좋아도 너무 타이트한 옷은 민망하다", "남자들 시선 느끼려고 입는 것 아닌가?", "같은 여자인데도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헬스를 하는데 굳이 레깅스만 입고 할 필요는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적했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1982년 이후 출생한 세대에게 레깅스는 운동복에 가깝고, 이보다 더 어린 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에게 레깅스는 청바지와 같은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애슬래저 시장 규모에 대해 2020년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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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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