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완화가 물꼬 튼 '카뱅'發 은행 혁신경쟁, 전 분야로 확산돼야

입력 2019-07-14 17:37
‘메기’가 ‘대어(大魚)’로 커가는 모습이 반갑다.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두 돌이 안 돼 고객 1000만 명을 확보한 것이다. 수신 17조원, 여신 11조원에다 올 1분기 흑자 전환했을 만큼 실속도 있다. 이런 초고속 성장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일본 최대인 라쿠텐(18년간 고객 732만 명), 유럽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영국 레볼루트(4년간 400만 명) 등을 저만치 따돌린 혁신모델로 꼽을 만하다.

카카오뱅크의 시장 안착요인은 ‘금융은 편하고 쉬워야 한다’는 모토 아래 ‘기존에 없던 은행’을 구현한 결과로 요약할 수 있다. ‘탈(脫)공인인증서’ 방식의 간편이체, 매주 납입액을 늘려가는 ‘26주 적금’, 비대면 방식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참신한 서비스에 고객들이 열광했다. 국내 20~30대 10명 중 4~5명꼴로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기존 은행들이 따라할 정도다.

여기에는 절대불가로 여겨졌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10% 제한)’를 완화하는 등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번번이 증자가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3호 인터넷뱅크 인가가 무산된 게 그 방증이다.

‘혁신’의 멍석을 깔아주는 것을 ‘특혜’로 치부하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까다로운 대주주 적격심사 등 진입 문턱을 낮추고, 지분규제(34% 한도)를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계 금융은 ‘핀테크(금융기술)’를 넘어 ‘테크핀(기술금융)’으로 진화하는 마당이다. 혁신적인 은행이 등장해 은행의 혁신경쟁을 이끌어내는 선순환을 성장이 정체된 전 분야로 확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