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붉은 수돗물' 문제, 모두의 힘 모아야

입력 2019-07-14 17:02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관을 청소·교체해야 불신 해소
부처 협업 통한 장기대책 절실

배준영 <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으시기 때문에….” 영종도에 들어오는 수돗물은 적수(赤水)가 아니라고 변명하던 인천 상수도본부 간부의 말이다. ‘붉은 수돗물 사건’이 일어난 지 열흘이 지난 뒤 열린 주민설명회 자리에서다. 집에서 물을 담아온 한 시민이 그에게 마시라고 내밀 만큼 분위기가 격앙돼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그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환경부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원래 정수장의 수리로 다른 먼 정수장에서 물을 받느라 짧은 시간에 센 압력으로 보낸 물이 노후 상수도관 안의 각종 이물질을 긁어온 것이다.

이제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인천시와 환경부는 이제는 안전하다는 검사 결과를 밝혔다. 그렇지만 중금속이 나오느니, 나눠준 물에서 녹조가 생기느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수돗물 음용률은 2~3%밖에 안 된다. 시작은 1989년의 수돗물 중금속 오염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각종 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수돗물은 활성탄처리에 오존처리까지 하는데도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역설적으로 수돗물 사태는 이제 시작이다. 다른 대부분 지역도 20년 넘게 물리적인 세척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청소를 하면 오랫동안 단수해야 하고 또 상당 기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 그래서 상수도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자기 임기 때 그 고통을 자처하지 않는단다. 상수도관을 두 줄 또는 세 줄로 깔아 번갈아가며 세척하고 수돗물의 질을 정기적으로 ABCD로 평가해서 발표하는 미국이나, 한국보다 1인당 상수도관 길이와 유지 비용에 2배 이상 투자한다는 일본의 예는 그야말로 다른 나라 이야기다.

환경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환경부는 취수원부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는 주무부서다. 그런데 적수 관련 대책이라고는 ‘노후관 교체나 대형관의 관 갱생, 부식억제제 사용’이라는 원론만 담고 있다. 한 달간 적수가 나올 때 ‘그 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체급수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등의 대국민 행동요령조차 없었다.

세종시에서 만난 환경부 공무원은 구조적인 문제를 말한다. 지자체 상수도국은 민원이 많은 기피부서여서 2008년 대비 2017년에 수도 관련 기술직 공무원이 26%나 줄었고, 수도요금이 총괄원가제가 아니어서 간신히 수도사업을 유지할 정도에 불과해 수도관을 전면 교체하거나 고도정수를 할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묘하게도 작년 6월 물관리 일원화를 발표하며 물복지 향상을 공언하면서도 상하수도국은 없앴다.

물과 공기는 생존의 기본이다. 모두 환경부의 중점 소관이다. 미세먼지야 중국과의 외교문제 등이 있어서 좀 더 국내외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같은 것이 그 예다. 그런데 물의 경우에는 환경부만 나서는 모양새다. 수도관 공사와 관련 있는 국토교통부, 예산을 배정하는 기획재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정부는 철도 도로 항만 등 노후 기반시설(SOC) 유지 보수에 민간투자를 포함해 내년부터 4년간 32조원을 투입한다면서 상수도는 제외했다.

상수도 적수 문제의 근본대책은 간단하다. 관을 청소하거나, 교체하거나, 여분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전까지 국민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환경부 혼자서 힘에 부친다면 다 같이 나서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10년 대계를 세워 근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