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아빠' 전 교무부장 항소심 "시험지 유출 직접 증거 있냐"

입력 2019-07-12 14:29


자신이 재직중인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2)씨 측이 항소심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이관용)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무고한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면서 "만약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합당한 증거가 존재한다면 처벌을 감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증거가 없는데도 처벌하는 것은 단지 현씨와 그 자녀가 숙명여고 교사와 학생이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현씨 측은 그러면서 "직접 증거는 전혀 없고, 원심에서는 여러 가지 간접 사실과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추론한 것"이라며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그렇게(쌍둥이 딸처럼)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가 있고,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현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쌍둥이 자매가 다니는 학교의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며 시험 답안을 유출해 학교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전문가들은 만약 답안을 유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려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7배나 힘든 일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성적이 오르고 1등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파면됐고, 쌍둥이 딸은 지난해 11월 퇴학 처리됐다.

1심 재판부는 현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