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개프니 < 폭스뉴스 특별 프로그램 감독 >
魔球 아니면 홈런볼
너클볼서 배우는 인생
[ 서욱진 기자 ]
너클볼은 이제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다. 현재 빅리거 중 한 명만이 이 공을 던진다. 나에게는 참으로 슬픈 사실이다. 너클볼은 프로급 스피드, 힘 등이 없지만 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최정상급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효과적인 너클볼은 시속 95마일의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 필 니에크로는 24시즌 동안 너클볼을 던지면서 시속 55마일의 속도 제한을 어긴 적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46세까지 공을 던진 올스타 찰리 호우는 이렇게 말했다. 너클볼을 던지는 것은 인내와 연습, 믿음, 그리고 약간의 신체적인 재능을 필요로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들 조가 우리 뉴저지 집 뒷마당에서 너클볼을 스스로 연습했을 때 기뻤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너클볼은 거의 마술에 가깝다. 공이 홈플레이트로 이동하면서 회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은 마치 풍랑 속의 나비처럼 변화무쌍하게 뛰어다닐 것이다. 모든 사람이 너클볼의 ‘돌리기 죽이기’ 요령을 터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는 계속 그 요령을 배워가고 있었다. 조가 열여섯 살이 됐을 때, 나는 그의 공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와 보호장비 없이는 그와 캐치볼을 할 수 없었다.
조의 잠재력을 확인한 나는 그에게 좀 더 체계적인 가르침을 줄 코치를 찾아 돌아다녔다.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반나절짜리 야구 훈련시설은 너클볼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사실 너클볼을 제대로 던지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빅리그 역사상 수십 명의 투수만이 이 볼을 제대로 던져 전설이 됐다. 너클볼은 통제하기 어렵고, 조금만 회전해도 리틀리그의 직구처럼 치기 쉽다.
조의 열 살 된 동생 벤까지 투구를 시작하면서 나는 좋은 코치 찾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터넷 검색 결과 유명 너클볼 투수에게 배운 전 마이너리거 크리스 노울린이 운영하는 너클볼 학원이 있었다. 노울린은 미국 전역을 다니며 클리닉을 여는 너클볼의 전도사 같았다.
너클볼 레슨을 받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것은 우리의 첫 여행이었다. 이후 우리는 애틀랜타에도 날아가 너클볼 고수 노울린에게서 수업을 받았다. 벤은 노울린의 ‘회전금지 구역’ 교실에서 가장 어린 학생이었다. 조와 같은 고교생과 몇몇 대학 유망주, 최초의 여자 메이저리거가 되려는 여성, 일본 프로선수, 그리고 40, 50대 괴짜 두어 명이 있었다. 또 뉴욕 메츠와 함께 2012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R A 딕키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우리를 ‘내슈빌’로 유인했다.
사람들은 너클볼의 역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너클볼러의 마음가짐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들의 통찰력은 독특한 재능이나 파격적 비전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 한 경기 108개의 전체 투구 중 106개를 너클볼로 던진 투수 니에크로는 “투구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던지는 공은 투수인 자신도, 포수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공이었지만 그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든지 너클볼 투수는 공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한다.
이 너클볼은 딕키에게 사이영상을 안겼다. 하지만 그는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하는 등 좋지 않은 기록도 갖고 있다. 너클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은 곧 홈런을 맞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딕키는 “너클볼을 던지는 것은 (제대로 던질 수 있다는) 방탄적인 자신감과 (맞은 홈런을 잊어버리는) 단기적인 기억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곤 했다.
조는 그 돌팔이 선생님들 덕분에 고등학교 4년 동안 멋진 경기를 했다. 벤의 야구선수 커리어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어떤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마음속에 너클볼러의 마음가짐을 간직하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는 성공일지 실패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너클볼은 알려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삶이 어떤 것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너클볼을 잘 못 던져 회전이 들어갔더라도, 즉 무언가가 삶을 힘들게 하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되돌릴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너클볼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공을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구부려 손가락 마디로 튕기듯 던지는 투구법이다. 공이 거의 회전하지 않아 홈플레이트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변한다. 떨어지거나 휘는 등 불규칙적인 변화를 일으켜 타자가 치기 힘들다. 공의 회전이 없어 투수 자신조차 공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가 너클볼을 잡지 못해 쩔쩔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변화는 바람이나 공 자체의 흠집, 공을 놓는 위치에 따라 생긴다. 이 구질은 시속 75~80㎞밖에 안 되므로 타자는 공이 홈플레이트에 올 때까지 두세 번 스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변화가 워낙 심해 느린 것이 약점이 되지는 않는다. 타자가 치더라도 공이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현대야구에서 일종의 신비스러운 마구처럼 여겨지고 있다.
손가락이 길어야 하는 신체적 조건이 필요해 이 공을 전문적으로 던지는 투수는 아주 드물다.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모습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고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나비에 곧잘 비유된다.
원제=The Knuckleballer’s Guide to Life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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