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tudy
(4) 생산성 향상 전략
[ 최규술 기자 ]
앞선 칼럼을 통해 업무 효율성 높이는 방법을 접한 독자라면 다음 단계가 궁금할 것입니다.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릴 조직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이제 업무 효율성 향상을 강제할 구체적 방법이 필요합니다. 업무 효율성과 혁신적 조직문화로 널리 알려진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OKR이라는 성과관리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OKR은 무엇이고, 이 기법으로 어떻게 성과를 끌어올리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968년 미국으로 갑니다. 심리학자 에드윈 로크는 ‘목표설정이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1950년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목표에 의한 성과관리 기법 MBO(Management by Objectives)를 발표한 뒤 많은 학자가 목표 설정, 성과관리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에드윈 로크는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학자였고 논문 또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20년차 경력의 타이피스트 45명을 대상으로 성과개선 실험을 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노련한 전문가로, 이미 분당 평균 95줄의 글을 타이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과연 20년차 고참 직원의 성과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연구팀은 타이피스트들에게 분당 98줄이라는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난색을 보였죠. 그들은 지난 20년간 실력을 갈고닦은 결과 분당 95줄을 타이핑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 주 만에 성과를 개선하라는 걸까요. 큰 기대 없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실험 후 1주일 만에 타이피스트들은 분당 평균 103줄을 입력했습니다. 3주 후에는 분당 평균 112줄을 해냈습니다.
○목표 높이고 구체적이어야
이 실험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높은 수준의 목표는 과제수행 동기를 자극해 성과를 개선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목표를 싫어합니다. 힘드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들은 각성하고 업무현장에서 의식을 집중합니다. 둘째, 제시한 목표가 구체적이면 과제완수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성과는 더 개선됩니다. ‘언젠가는 되겠지’란 생각을 가지면 성과는 제자리걸음을 걷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성과관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1970년대부터 인텔은 직원들에게 단기간에 구체적인 고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확인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성과관리 주기가 1년이 상례이던 타기업과 달리 인텔은 3개월마다 성과를 측정, 평가했죠. 인텔 직원들은 의식을 집중해서 일했고 이것이 성과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20세기 후반 인텔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인텔 경영에 관여했던 벤처투자자 존 도어는 자리를 옮겨 구글에 이 성과관리 시스템을 이식했습니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성과관리 기구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의 탄생역사입니다. 구글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발전시켜 3-3-3 원칙을 개발했습니다. 3개월간 3개 목표에 집중하고 목표당 3개의 핵심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입니다. OKR이 자리를 잡으면서 성과관리 기간과 목표가 줄어들자 구글 직원들의 집중력이 개선됐고 혁신적 성과가 나왔습니다.
○구글 OKR에 3-3-3 더해
이제 MBO, OKR 등의 용어에서 한 걸음 물러나 큰그림을 보겠습니다.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세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애자일을 통해 유연한 조직 운영을 추구하고, 업무 효율화를 통해 업무를 재구성하고, OKR을 통해 성과를 관리합니다. 이 방법이 한국기업에도 통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뜩이나 높은 업무강도로 지친 직원들에게 애자일, 업무 효율화, OKR까지 적용하면 직원들은 녹초가 될 겁니다. 갈등과 저항을 줄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려면 윤활유 역할을 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다음 사례들에서 그 요소를 찾아보겠습니다.
필자가 현대차그룹 계열사 팀장 워크숍을 할 때 한 팀장이 단체 카톡방과 회의시간에 팀원들이 영어이름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팀장들은 놀라며 그게 가능한지, 왜 그런 시도를 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수평적 대화 시도가 기존의 조직문화를 감안할 때 너무 파격적이기 때문이었죠. SK그룹 계열사 워크숍에서는 한 팀이 계급장을 떼고 팀원들과 치열하게 토론한 뒤 업무를 재분배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한 워크숍에서는 경영진 전원이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회의한 끝에 개선과제를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앞선 사례들의 시사점은 분명했습니다. 업무 강도가 더해지는 일련의 혁신활동이 성공하려면 수평적 조직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회사들이 처음부터 수평적 조직문화를 갖춘 것은 아니며 지금도 여전히 조직문화를 개선하려 노력합니다. 게다가 하나같이 이전에 워크 다이어트 활동을 시도했던 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업무효율화 노력은 성공하지 않았죠. 필자는 워크 다이어트 활동이 실패한 이유를 뒤집어서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았습니다.
○혁신하려면 수평적 문화부터
첫째 기업이 워크 다이어트만 강조하면 직원들은 이를 워크-라이프 밸런스 개선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으로 인식합니다. 이래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되지도 못합니다. 업무 강도가 강해지는 순간, 강한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워크 다이어트라는 순진한 희망을 잊으라고 권해드렸습니다. 둘째, 기존 성과관리 시스템으로는 지속적인 변화 추진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3개월 이하의 기간 단위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OKR을 권해드렸습니다. OKR이 성공하려면 각 부서 매니저들이 수시로 목표를 정하고, 핵심성과지표 KPI를 수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피하고서 조직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셋째, 수평적 문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업무강도가 높아져 직원들의 저항을 일으킵니다. 필자는 임원들에게 허례와 격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애자일 기법의 도입은 조직의 경직성을 깨는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조직의 규모와 역할이 자주 바뀌니 직원들은 의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집니다. 자연스레 비업무적인 활동이 줄어들고 성과 개선으로 관심이 집중되지요.
대한민국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제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글로벌 성공사례에서 힌트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제도만 베끼는 것은 바른 벤치마킹이 아닙니다. 제도 이면에 깔려 있는 의도와 문화적 특성까지 꿰뚫어보는 통찰이 있어야만 글로벌 스탠더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전설적인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요할 때 요긴한 지식을 신속하게 찾아내 그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실력이다.” 여러분의 조직은 유행을 따라가나요, 차분이 앉아 깊게 생각하시나요.
김용성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