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17년 만에 한국 땅 밟을까
대법원, 원심 판결 파기 "비자발급 거부 위법"
유승준, 꾸준히 한국 입국 의지 표명
지난 1월에는 기습 신곡 발표 강행
17년 만에 가수 유승준의 한국 입국의 꿈이 이뤄질까. 대법원이 유승준의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입국 허가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2호 법정에서는 유승준이 미국 로스엔젤레스 총영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사증발급 거부취소 소송 상고심이 열렸다.
대법원은 이날 사건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재판부가 속했던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사관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 거부처분을 했으므로 이런 재량권 불행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영사관이 비자발급 거부를 문서로 통보하지 않고 전화로 알린 것도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행정절차법이 정한 문서에 의한 처분 방식의 예외가 인정되는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97년 데뷔한 유승준은 '가위, '나나나', '열정' 등의 곡을 히트시키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입대를 앞둔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 병역 의무를 회피한 혐의로 입국이 금지됐다. 이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그가 해당한다는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른 조치였다.
이후 2015년 9월 유승준은 입국을 위해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사증발급 거부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1심 판결에서 원고 패소 선고가 내려졌고, 2017년 2심에서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번의 패소에도 유승준은 17년 넘게 이어진 입국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상고장을 제출했다.그리고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그의 한국 입국 가능성은 다시금 높아졌다.
그간 유승준은 꾸준히 한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는 2015년 5월 아프리카TV를 통해 '유승준 13년 만의 최초 고백, 라이브'라는 제목으로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과 방송을 했다. 당시 유승준은 "나이 제한을 떠나 군에 입대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선처만 해준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입대하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같은 유승준의 눈물 호소에도 법무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유승준 입국금지 해제나 국적회복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병무청 역시 "관심 없다. 법적으로 입대 자체가 불가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유승준은 굴하지 않고, 지난 1월 18일 기습 신곡을 발표하며 국내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한 차례 국내 컴백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이었다.
발표곡 '어나더 데이(Another Day)'를 통해서도 유승준은 과거 본인이 했던 선택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작사에 참여한 그는 '시간이 지나 알게 됐어. 사랑받은 것을 그때 왜 난 몰랐을까' '아픈 모든 기억 지울수만 있다면' '제발 되돌리고 싶어 더 늦기전에' 라는 가사로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또 '쉽지 않은 걸 기도해.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길'이라는 내용으로 한국 복귀에 대한 바람과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법원이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한 상황. 다시 열리는 2심이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기존 판단을 뒤집고 해당 판결이 확정될 경우 유승준은 한국에 입국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유승준은 2002년 1월 출국해 2003년 예비장인상 때 3일간 일시귀국한 것을 제외, 17년 6개월 동안 밟지 못했던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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