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유승준 국내 입국 가능? 대법원 비자발급 거부 위법 판결

입력 2019-07-11 11:48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씨는 과거 국내에서 인기 가수로 활동하던 2002년 1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았다.

활동 중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꼭 입대하겠다”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말해왔던 그는 허리디스크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고 난 2001년, 귀국보증제도를 통해 일본 콘서트와 입대 전 미국 가족을 만나고 오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돼 있었다.

유승준은 2002년 1월 18일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으며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는 “전역하면 서른살이 되고 댄스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며 “가족과 오랜 고민 끝에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른 가수', '순수 청년' 등 국민적인 응원을 받았던 그에게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은 엄청났고 사회적 파장 또한 대단했다.

법무부는 2002년 2월 2일 유승준의 입국을 거부해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유승준은 “유감스럽다”며 공항에서 발길을 돌렸고, 이후 17년간 예비 장인의 장례식 외에는 단 한번도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근거로는 유씨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입국이 제한된 이후 유씨는 중국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유씨는 지난 2015년 5월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 모습을 드러내 “정말 사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입국하고 싶다”며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죄한다. 1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군대에 갔을 것”이라며 후회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었다.

이후 그는 같은 해 LA 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으나 거절됐다. 이에 불복한 유씨 측은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인이 경제·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돼도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유씨는 입국 비자를 두고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