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8곳 지정 취소…"의대 입시 사관학교" vs "학생 피해 어쩌나"

입력 2019-07-09 17:23
서울 자사고 13곳 중 8곳 재지정 전격 취소
서울 자사고 8곳 지정 취소 절차 돌입
신일·배재·이대부고 등 8곳 ‘지정 취소’



9일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 중 8곳을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년간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을 지정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9일 오전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고 등 8개교는 운영평가 결과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돼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관련 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운영성과를 평가한다. 해당 평가에서 각 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점을 넘어야지만 자사고로 재지정된다. 만약 기준점에 미달할 경우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 이들 8개 학교는 재지정을 위한 운영 성과 평가에서 기준점인 70점에 미달했다.



자유한국당은 자사고 8곳 지정 취소에 논평을 내고 "교육계에 또다시 좌파교육의 바람이 휘몰아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진보를 가장한 좌파 교육감들의 횡포로 자사고 지정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서 "이 정부의 자사고 죽이기는 고교 서열화가 자사고 때문이라는 이념에 편향됐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에서도 하향 평준화로 대한민국의 교육을 파멸로 이끌 것인가"라며 "교육당국의 자의적인 평가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과 학부모다. 한창 학업에 전념해야 할 나이에 정치적 풍파에 휩쓸려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 32개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을 취지로 출발한 자사고 현실에서는 '입시 명문고'로 인식되고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바탕으로 '차별·특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자사고 정책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자사고는 2001년, 고교평준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됐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학교 스스로 학생 선발부터 교과과정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자율성이 강화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로 확대 실시됐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자사고가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의 학원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적중했다"며 "지금 자사고의 대입 성적이 좋은 것은 자사고 자체가 교육을 잘 시켜서가 아니라 애초에 우수한 학생들만 뽑아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윤경 서울교육단체 협의회 상임대표는 자사고 입학설명회 홍보물의 내용을 언급하며 "홍보물에는 '자사고 중 대학진학률 0위, 스카이 및 의대 합격자 수 00명, 탐구경시대회 입상 00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며 "이는 입시학원 홍보물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지난달 26일 국회에 출석해 “상산고 한 학년 숫자가 360명인데 재수생 포함해 275명이 의대로 간다”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확인 결과 상산고에서 올해 의학계열 진학 실적은 졸업생 386명 중 76명이다. 재학생 약 20%는 의대에 진학한 것이어서 '의대 입시 사관학교'라는 지적에 직면해야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