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여부 두고 지역 주민간 갈등 잦아
최근 용인 공세동 '네이버 데이터센터' 대표적
"결론 났다면 수긍하고 갈등 봉합해야"
지난해말 정부가 국지적인 가격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수원시 팔달구, 용인시 수지구·기흥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하자 기자에게는 수많은 하소연들이 들려왔다.
특히 제보가 넘쳤던 곳이 용인 기흥구였다. 당시 정부의 설명은 이랬다. 기흥구의 최근 1년간 집값 상승률이 5.9%에 달했다며 "용인시 기흥구는 인근 용인시 수지구의 상승영향, 교통(GTX-A, 동탄-인덕원선, 서울-세종) 및 개발호재(용인경제신도시 등)로 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용인에서 기흥구는 면적이 넓다보니 사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아파트가 대거 조성된 택지지구들도 있는 반면, 농업도 유지되고 있고 농가나 전원주택들도 즐비하다. 일부 지역에서 새 아파트 효과와 개발호재로 집값이 올랐다고 한들 전혀 체감되지 않는 동네도 있었다. 때문에 지역민들의 반발도 제보도 많았던 지역이 기흥구였다.
기흥구는 인구의 밀도가 지역마다 다르니 학교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기흥구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500명을 넘는다. 학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8~9반이 배정되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초등학교는 학년에 2~3반이 있는 작은 학교도 있다.
기흥구에서 작은 학교가 있는 곳이 공세동이다. 공세동은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가 가깝고 보라산과 신갈저수지의 자연환경도 인접한 지역이다. 다만 집값은 기흥구 내에서 상승률이 낮은 편이었다. 공교롭게 대주건설, 성원건설 등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건설사들이 중대형으로 지은 아파트들이 몰려 있다. 준공된지는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경매시장에 나와있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한 아파트들이 남아 있다. 중대형이 대부분이다보니 거래도 쉽지 않았다. 중소형 아파트도 있지만 대단지나 브랜드 아파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세동 대주피오레 2단지는 2009년 입주 당시만 하더라도 전용 120㎡의 매매가가 5억원 이상이었다. 준공 후 2010~2011년에는 6억원에 거래된 기록도 있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아파트값은 내림세를 탔다. 층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근 2년간 이 아파트는 3억2500만~3억3000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최고점을 기준으로 아파트값은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러니 조정대상지역의 조건인 '집값 상승'은 공세동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지역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했다. "어차피 계속 살 거니까 집값이건 조정대상지역이건 그렇게 중요치 않다"는 입장은 일부였다. "다른 동네 집값 올랐는데, 왜 우리가 지정됐냐", "집값이 올라서 규제가 들어온 거라면 답답하지나 않겠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제발 집값이 오르면 좋겠다" 등 억울한 사연이 넘쳤다.
물론 집값이 안 오른다고 나쁜 동네는 아니다. 공세동은 자연환경이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해 거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주거환경이 좋다는 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기도 하다. 물류센터들은 진작에 터를 잡았고 삼성SDI 본사를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 동화약품 연구소, 유한양행중앙연구소 등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까지 문을 열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이 수도권에 터를 잡기 위해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곳이 공세동이 됐다. 이러한 공세동이 최근에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시끄러웠다. 주변 주민들의 반대의 목소리에 네이버는 백기를 들었다. 네이버는 지난달 용인시에 ‘용인 공세 도시첨단산업단지 건립추진 중단’이라는 공문을 보내고 제2데이터센터 건립 포기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네이버 제 2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대거 뛰어들면서 공세동이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왜 네이버를 반대했냐는 조롱과 집값에 대한 얘기들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이러한 여론에 휘둘리면서 동네 인심이 흉흉해 졌다는 게 실제 거주민들의 얘기다. 피오레 1단지에 살고 있는 A씨는 "작년말에 조정대상지역을 두고는 동네주민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서 동질감도 느끼고 서로 어려움을 털어놓는 계기도 됐다"면서도 "이번 네이버에 대해서는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공세동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건 '집값' 앞에서는 한 목소리이면서도 '개발'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르다. 어찌됐건 주사위는 던저졌다. 전 시장은 설립허가를 내줬고 현시장은 설립취소를 받아들였다. 주민들은 반대할 만한 이유를 들어 목소리를 냈고, 기업은 결정을 냈다. 문턱이 닳도록 공세동을 드나들던 공무원과 네이버 직원들은 없다. 이제 남은 건 오롯이 지역 주민들 뿐이다. 비방과 헐뜯기 보다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역이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하고, 현재의 환경이 유지되기를 원한다면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