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페이코 유상증자에
한화생명 500억…지분 6.8%
'핀테크 강화' 김동원 상무 주도
[ 임근호 기자 ] 한화생명과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의 투자회사인 너브가 NHN의 모바일 결제 자회사 NHN페이코에 750억원을 투자한다.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너브는 NHN페이코의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500억원과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신주는 주당 5만285원으로 책정됐다. NHN페이코 기업가치를 7350억원으로 평가했다. 신주는 보통주가 아닌 전환우선주로 발행된다. NHN페이코 전환우선주는 10년 후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전환 비율은 1 대 1이다.
한화생명과 너브의 NHN페이코 지분율(보통주·우선주 합산)은 각각 6.8%와 3.4%로, NHN(68.4%), GS홈쇼핑(8.6%), 이준호 NHN 이사회 의장(8.6%)에 이어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NHN 관계자는 “페이코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금융과 전자상거래 등 신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NHN페이코는 지난해 영업수익 183억원에 영업손실 45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은 NHN페이코 주주 가운데 유일한 대형 금융사인 만큼 앞으로 페이코와의 협력이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화생명은 페이코를 통해 50만원 한도의 소액대출서비스 ‘한화생명 크레딧’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페이코는 모바일 간편결제를 넘어 앞으로 대출, 투자, 보험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번 투자 유치는 앞으로의 행보를 한화생명과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지분 투자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 상무는 현재 한화생명에서 해외와 미래혁신 총괄을 맡고 있다. 그전에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디지털혁신실을 이끌며 핀테크 역량 강화에 힘써온 만큼 페이코 투자도 직접 챙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가운데 핀테크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라며 “그 뒤에는 김 상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과 같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너브는 이상록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다. 이 전 회장은 ‘이보영 크림’으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 카버코리아를 사모펀드(PEF)에 매각하고 받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굴린다. 씨앤투스성진, 모팩, 에이스메이커, 사람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엑스 등 주로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