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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에 12~1시 점심 보장 제안
회사 측 수용으로 업무환경 개선
[ 전설리 기자 ] “콜센터에서 근무한 지 15년째인데 꿈 같은 일이 이뤄졌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업무하도록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통신사 고객센터 직원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감사 편지 수십 통을 받았다. 이 위원장의 제안으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4개사가 콜센터 상담사의 점심시간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이 위원장은 SK텔레콤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상담사들과 얘기하다가 많은 이들이 위염 소화장애 등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불규칙한 식사 탓이었다. 상담사들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최대 6교대로 점심식사를 했다. 3시 이후 늦은 점심을 혼자 먹는 상담사가 많았다. 자칫 상담이 길어지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상담사에게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을 보장해줄 것을 통신사에 제안했다. 통신사들은 처음엔 반대했다. 점심시간은 전화문의가 몰리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상담사 삶의 질과 인권 문제라고 설득했다. 통신사들은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4월부터 점심시간(낮 12시부터 오후 1시간까지)엔 긴급 상담만 받기로 했다. 이 시간대에 전화하면 “점심시간이니 1시 이후 전화해달라”는 내용의 안내가 나온다.
상담사들은 규칙적인 시간에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용자의 폭언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 수 있게 됐다. 점심시간 상담 중단에 따른 민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KT 기준으로 현재까지 민원은 단 두 건에 그쳤다. 이 위원장은 “고객들이 점심시간은 양해해줘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준 것”이라며 “남을 배려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