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날 선 대치상황이 위태롭다. 정상적인 ‘외교’는 보이지 않고 격한 감정이 넘쳐난다. 서로 상처 입는 이런 대치가 오래 가서는 안 된다. 오랜 우방 관계를 돌아봐도, 미래를 내다봐도 대화를 못 할 이유가 없다.
기습적인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문제가 다분한 것은 분명하다. 자유·공정무역이 강조된 오사카 G20회의 직후라는 시점도 고약하다. 하지만 ‘맞대응’이라는 반응이 우리 정부에서 나오는 게 최선인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했다. ‘효과적인 대응조치라는 게 뭔가’라고 묻기에 앞서 이런 강(强) 대 강, 보복 대 맞대응이 초래할 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좀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맞대응 으름장보다는 자동차산업 등을 겨냥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2차 보복’에 대비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청와대의 무대응이 대응전략 부재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업은 당장 몇 달이 위기인데 ‘WTO제소’ ‘부품 국산화’ 같은 한가한 소리를 대책이라고 내놨다가 쓴소리도 단단히 들은 터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급 관료들이 대책을 마련한다며 기업 임원들을 불러놓고 “일본에 지사도 있고 정보도 많을 텐데 사전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질타하듯 몰아세웠다는 사실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뭐라도 맞대응하고 반격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치밀한 준비도 없이 제대로 맞대응을 할 수나 있을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을 향하되 실제로는 ‘국내용’이라면 더욱 도움 안 되는 일이다.
청와대든 외교부든 어디서부터 뭐가 문제였는지 차분히 복기해보기 바란다. 그래야 우리 처지도, 일본의 노림수와 취약점도 볼 수 있다. 그런 바탕에서의 대화여야 한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도발”이라는 식의 비판도 위험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종족주의적 감정대응으로 치달을 개연성은 한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일본도 한국도 저급 정치가 늘상 문제다. ‘무력·무능 질타’도 적지 않게 받아왔지만 외교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대사관에 9개나 되는 영사관까지, 수백 명 주일(駐日)외교관들은 뭐 하고 있나. 정부가 자신 없다면 경제계 대화채널이라도 가동되게 도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