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차베스 사례 들며 "문재인 정권 '신독재' 경계해야"

입력 2019-07-04 17:28
수정 2019-07-05 02:54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독재' 9회·'탄압' 5회 언급
"한·일관계, 자유관점서 복원"


[ 고은이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문재인 정권이 ‘신독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2년은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비판 세력 입막음의 연속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질타했다. 그는 “차베스의 집권과 절대 권력화도 민주주의 제도 위에서 이뤄졌다”며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이 정권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도 부합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교섭단체 연설 때 외신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표현을 인용했던 나 원내대표가 이번엔 ‘신독재’라는 키워드를 가져온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이대로라면 (차베스 정권처럼) 문재인 정권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는 ‘독재’라는 단어를 총 아홉 번, ‘탄압’은 다섯 번 사용했다.

반면 정부 실정에 대한 대안으로 ‘자유’라는 키워드를 언급하며 “한국당은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북한 주민도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평화”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자유의 관점에서 관계가 복원돼야 한다. 한·미·일 3각 공조는 동북아시아 안정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낡은 노동법규를 시장 변화에 맞춰 개혁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근로기준법 틀 안에서 근로제도 및 노동관계가 규정돼왔다”며 “하지만 더 이상 단일 기준으로 모든 근로 형태를 관리 조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산업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이 필요하단 뜻도 밝혔다. 그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근로)기준의 시대에서 경제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 한다”며 “‘일할권리보장법’으로 주 52시간 피해를 최소화하고, ‘쪼개기알바방지법’으로 주휴수당 부작용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은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지난 연설 당시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언급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며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과는 대비됐다.

다만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연설이 끝난 뒤 혹평을 내놨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연설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주문했고, 나 원내대표가 최소한의 대답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전혀 (반응이) 없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국회 파행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1%의 최상위 기득권층을 위한 맞춤형 연설”이라고 꼬집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