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왕따에 꼴찌로 떨어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입력 2019-07-04 15:52
수정 2019-07-04 16:04

한국 증시가 올 들어 전세계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에 머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20%에 육박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3%대에 머물고 있다.

전세계 주요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 중 최하 수준이다. 이달들어 일본과의 무역마찰 영향으로 반도체주가 부진에 빠지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분위기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연일 국내 펀드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美·中 펀드와 크게 벌어진 수익률

4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903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3.4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에 설정된 760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98%에 달했다.

지역을 세분해봐도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못한 성과를 낸 해외펀드는 없었다.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27.72%로 가장 높았다. 러시아(27.34%), 미국(20.94%), 브라질(16.85%) 등도 고공행진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일본(9.79%)도 국내 펀드보다 수익률이 2배 이상 높았다. 19개 분류 해외펀드에서 국내 주식형보다 수익률이 낮은 곳은 없었다.

국내 펀드의 부진은 지지부진한 한국 증시 상황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상반기(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2130.62) 4.3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 증시의 대표 지수들은 평균 13.45% 올랐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20개국 중 18위에 그쳤다.

자금 이탈 가속화

하반기가 가까워지면서 수익률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 최근 3개월간 해외 펀드는 1.60% 수익을 냈지만, 국내 펀드는 3.74% 뒷걸음질 쳤다. 지난달 말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증시는 안도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코스피는 지난 3일 2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 중 독보적 성과를 냈던 중소형주 펀드마저 연초 이후 수익률이 4.12%로 내려 앉았다. 코오롱 인보사 사태, 에이치엘비 임상 지연 등 잇따른 ‘바이오주 충격’에 코스닥지수가 급락한 영향이다.

인내심이 바닥난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올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5886억원이 빠져나갔다. 주식카페 등에선 “진작 해외펀드에 투자할 걸 그랬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증시가 수급 측면에서ㅗ 부담을 받는 악순환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증시 반등, 반도체 회복에 달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한국을 제외한 다른 신흥국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 신흥국의 금융환경과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 중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오를 때 같이 오르지 못하면서 현재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9배로, 지난 15년 평균인 1.2배 대비 25%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저가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본 셈이다.

반면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출이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 흐름에 동참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일본과 무역마찰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