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차 고지서 우리공화당에 보내
불법천막 철거비 1억4500만원
박원순 "끝까지 받아내겠다" 강조
우리공화당 "공권력이 정치신념따라 달라져"
서울 광화문 광장 앞 천막을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우리공화당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공화당이 광화문 광에 불법 천막을 설치하자 서울시는 이를 철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비 2억 원은 조원진 대표 월급을 차압하더라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우리공화당은 굴하지 않고 밤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늘려 재설치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경호상의 이유로 자진해서 청계광장으로 천막을 옮겼다.
서울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DMZ 회동을 위해 출발하자 지게차를 이용해 대형 화분 80개를 기습적으로 설치해 천막 재설치를 막았다.
우리공화당 측은 이번 주 안에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재설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우리공화당이 역공에 나섰다.
박 시장이 지난 2013년 서울 중구청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촌을 철거하자 남긴 SNS 글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공화당 측은 "박 시장은 6년 전 덕수궁 앞 쌍용자동차 노조의 불법 천막 강제 철거 땐 ‘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비판하더니 우리에겐 공무원도 모자라 당시엔 없었던 용역까지 동원해 강제 진압했다"며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에겐 인권 적용도 달라지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당시 중구청은 6개월여의 협상 후 자진 철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3년 4월 4일 오전 5시 50분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년여간 농성을 벌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불법 농성촌을 전격적으로 철거했다. 중구청 직원 50여명을 동원해 분향소와 집기류를 치웠고 이후 그 자리엔 농성 천막이 들어서지 못하게 대형화분을 설치하고 화단을 만들었다.
당시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오늘 내내 제 마음은 다시 겨울로 되돌아간 듯했다"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은 그곳에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야 하지 않을까. 상념이 깊은 밤"이라고 적었다.
중구청이 설치한 화단은 2015년 덕수궁 앞 관할이 서울시로 넘어가면서, 지난해 서울시가 철거했다.
6년 전 박 시장이 비판했던 방식은 지난달 25일 우리공화당의 불법 천막을 철거할 때 고스란히 재연됐다. 천막 철거비와 화단 등에는 약 3억 6000만원이 투입됐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쌍용차 노조가 투쟁과정에서 사망한 희생자를 추모한다며 추모 공간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태극기 집회 과정에서 사망한 동지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면서 "공권력이 정치적으로 내편 네편을 따지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3일 광화문 광장에 불법으로 천막을 설치한 우리공화당에게 행정대집행 비용 1억 4500여만원을 청구했다. 서울시는 추가 정산 이후 2차 고지서를 보낼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인건비 1억 3000만원을 포함한 비용을 1차 청구했다"며 "나머지 물품 보관비 등 추가로 정산해 2차 청구를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