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약세, 신흥국 강세
미중 무역갈등 완화에 불확실성 해소
"수익성 높은 신흥국 채권으로 몰릴 것"
지난 상반기 내내 해외 채권시장은 강세였다. 미중 무역갈등이 커진 데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탓에 글로벌 경기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외 채권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 채권 수익률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채권 매수액은 362억6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7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 매수액은 매도액보다 65억3900만달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채권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증권가(街)에서는 하반기 중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수익성이 높은 신흥국 채권으로 스마트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러시아, 멕시코 채권시장이 특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은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기존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7월 인도네시아 장기채권금리는 7.3%를 중심으로 7.1~7.7% 사이의 범위에서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신용등급 상향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인도네시아 채권의 강세를 지지한다. 달러화 표시 채권금리도 미국 채권금리를 바탕으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도 비슷하다. 미국과 EU의 경제제재 이슈가 지속되고 있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팀장은 "제재 이슈는 지속적으로 러시아 채권시장에 리스크로 상존할 수 있으나 제재에 대한 내성과 대비책이 증가하면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20년 중반까지 추가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만큼 강세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 신흥국 채권 강세에 힘을 싣고 있는 부분이라 강조한다. 금리 인하 등으로 경기 둔화를 조절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서 급격한 해외 자본 유출에 따른 위험성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채권은 하반기 신흥국과 반대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에 미국 채권의 하반기 성과가 양호할 수 있지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수 증가로 인한 하락 추세 전환 위험도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회사채의 수익률 상승 압력은 높지 않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국채의 하반기 성과는 양호할 수 있다"며 "유럽 회사채는 약세가 전망된다. 유럽 시장은 미국보다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