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하바이트 아브라 CEO 인터뷰
넷스케이프·CIA·NASA 등 근무
[ 윤희은 기자 ]
“비트코인 0.0003개(약 5000원)로 애플 주식을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소, 투자방식, 투자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금융 와츠앱’인 셈이죠.”
3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빌 하바이트 아브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글로벌 투자 앱(응용프로그램) ‘아브라’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하바이트 CEO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을 탐방하기 위해 지난 2일 방한했다.
하바이트 CEO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골드만삭스를 거쳐 넷스케이프 유럽개발 총괄 임원을 지냈다. 2014년 아브라를 창업했다.
2017년 11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아브라는 비트코인, 현금, 신용카드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실제 주식이나 ETF는 아니다. 해당 가치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을 받게 된다. 매입한 자산은 실제 자산과 동일하게 변동한다. 배당도 똑같이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부터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154개국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는 1만2000명 수준이다. 상장된 종목은 테슬라,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주식과 ETF 등 100여 개다.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은 5달러다. 투자는 미국 나스닥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비트코인을 쓸 경우 비트파이넥스 등 기존 가상화폐거래소 시세를 즉각 반영해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하바이트 CEO는 아브라의 강점이 분할투자와 익명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거래소에서는 1개 단위로만 주식을 매입할 수 있지만, 아브라에서는 0.001개도 살 수 있다”며 “또 가상화폐를 쓸 경우 은행계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브라 이용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49.18달러(약 5만7000원)에 불과하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소액투자 용도로 아브라를 이용하는 셈이다. 하바이트 CEO는 “특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50달러 미만의 소액투자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산이 많지 않아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 개발도상국 이용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바이트 CEO는 가상화폐 가격의 등락과 무관하게 블록체인 시장은 꾸준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가상화폐 투자시장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이와 별개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가 됐든지 블록체인 시장 자체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