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휴가시즌 최대 성수기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 대결
[ 유재혁 기자 ]
디즈니 실사영화 ‘라이온 킹’을 비롯한 할리우드 대작들과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한국 영화 대작 네 편이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방학·휴가 시즌에 흥행 대결을 벌인다.
라이온 킹이 오는 17일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메가박스플러스가 총제작비 138억원을 투입한 ‘나랏말싸미’(24일), 롯데컬처웍스가 147억원을 들인 ‘사자’(31일)와 CJ ENM이 136억원을 투자한 ‘엑시트’(31일), 쇼박스가 191억원을 들여 제작한 ‘봉오동 전투’(8월 7일)가 잇달아 관객들과 만난다.
국내 극장가 최성수기인 7월 중·하순~8월 하순에 100억원 이상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 영화 네 편이 개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영화계에서는 라이온 킹의 흥행세가 한국 영화의 관객몰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영화는 올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라이온 킹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개봉일을 1~2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예년의 흥행 실적을 감안하면 한국 영화 네 편 중 두세 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전망”이라며 “라이온 킹이 얼마나 흥행하냐에 따라 한국영화의 흥행 규모와 수익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온 킹 1000만 명 돌파할까
라이온 킹의 1000만 명 돌파 여부가 국내 영화계의 관심사다. 이 작품은 왕국의 후계자인 어린 사자 심바가 삼촌 스카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고 왕국에서 쫓겨난 뒤 절치부심 끝에 왕좌를 되찾는 과정을 디즈니의 최첨단기술로 실사처럼 구현했다. 1994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 흥행수익 9억6848만달러(약 1조1300억원)를 기록해 역대 미국 전체 관람가(G등급) 박스오피스 1위로 남아 있다. 라이온 킹은 뮤지컬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공연해 지난 5월 누적 관객 1억 명을 돌파했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에 이어 실사판 라이온 킹이 얼마나 흥행을 거둘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다.
‘정글북’을 실사화한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하고, 현존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꼽히는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았다. 도널드 글로버(심바 역)와 비욘세(날라 역) 등이 더빙에 참여했다. 다만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과 ‘알라딘’ ‘토이스토리4’ 등 디즈니 영화들의 흥행세가 변수다. 이들 영화의 히트로 가족관객이 예년보다 늘어나 라이온 킹의 1000만 명 돌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다음달 15일 개봉하는 유니버설의 ‘분노의 질주:홉스&쇼’가 올여름 영화 시즌의 흥행 다크호스로 꼽힌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번외편으로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이 힘을 합쳐 적에게 맞서는 내용이다.
10~20대 겨냥한 영화가 흥행 유리
한국 영화 네 편의 손익분기점은 300만~500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각 영화가 조준하는 관객층을 제대로 공략하느냐가 흥행의 열쇠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에 얽힌 비화를 그린 사극이다. 세종대왕 역 송강호에 대한 신뢰감과 사극이란 장르가 폭넓은 관객층을 아우를 수 있다. ‘엑시트’는 도심 전체를 휩싼 유독가스를 뚫고 탈출하는 재난 상황을 유머를 곁들여 풀어냈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이 ‘구마(驅魔) 사제’와 함께 악령과 싸우는 이야기다. 비슷한 플롯의 영화 ‘검은 사제들’보다 액션신이 많다. ‘봉오동 전투’는 일제시대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상반기에 관객 감소율이 높았던 액션 영화가 우세할 것 같다”며 “지난달 중장년층이 영화 시장을 이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타깃으로 정한 영화에 관객이 더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