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베토벤 선율 타고 흐르는 칸딘스키 추상미술

입력 2019-07-03 17:12
수정 2019-07-04 00:41
'홍익 - 한경 현대미술 CEO 과정'
개설 앞두고 김은지 교수 특강


[ 은정진 기자 ]
지난 2일 오후 6시께 서울 상수동 홍익대 홍문관 해동글로벌홀에서 현악 4중주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대도 아닌 미대 건물에서 들리는 클래식 음악에 놀란 학생들이 무슨 강연인지 궁금해 문을 열어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오는 9월 개설되는 ‘홍익-한경 현대미술 최고경영자(CEO)과정’에 앞서 마련된 오픈 특강. 강연 제목은 ‘한경필하모닉 실내악 연주와 함께하는 미술, 음악과 만나다’(사진)였다. 김은지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가 현대미술과 음악의 관계를 주제로 90여 분간 강의했다. 본격 강연에 앞서 강연 주제에 맞게 한경필하모닉 수석단원들로 구성된 4중주팀이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1막 전주곡과 베토벤 가곡 ‘그대를 사랑해’를 연주했다. 특강에 참석한 50여 명은 한경필 실내악팀의 ‘깜짝 공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강연은 미술과 음악이 만나 창출해 낸 ‘현대 추상미술’을 집중 고찰했다. 김 교수는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의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칸딘스키의 ‘컴포지션(작곡)’을 보여주면서 “칸딘스키는 음악의 리듬과 박자, 멜로디를 각각 선과 색으로 바꿔 화폭에 옮겼다”며 “내적인 음악적 감동을 선과 색으로 담아 볼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레의 그림 ‘파이어 인디 이브닝’에는 길고 짧은 박자가 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치 작곡을 하듯 음이 나열되는 모습이 선과 면으로 만들어지고 그 면에 색을 부여했다”며 “이를 통해 예술은 자율성을 확립했고 그 자율성은 독창성에서 추상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열리는 ‘홍익-한경 현대미술 CEO 과정’에서는 김 교수를 비롯한 강사진이 동서양 미술사와 인문학을 망라한 다양한 강의와 예술 현장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의 맥락을 짚어준다. 이 과정을 소개하는 세 번째 오픈 특강은 다음달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TV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어디에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