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예고(?)"…중국, 홍콩 앞바다서 군사훈련 공개

입력 2019-07-03 11:25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의회) 점거 시위가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훈련 장면을 공개해 분위기가 얼어붙고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가 홍콩 해역에서 육해공 합동 긴급 출동 및 대응 훈련을 했다면서 전날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인민해방군은 홍콩섬 바로 앞바다에서 군함, 헬리콥터,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작전 지점'에 투입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 중 한 사진은 뱃머리에 무장한 군인들이 도열해 있는 배가 빌딩 숲을 이룬 홍콩섬을 바라보고 있어 마치 홍콩섬으로 돌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해방군보는 훈련이 지난달 26일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현지에서는 지난달 비공개로 실시됐던 훈련이 공교롭게도 홍콩 입법회 점거 시위 발생 직후인 2일 공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제 문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중국이 노골적인 무력 사용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국립대학의 중국 연구자인 애덤 니는 "홍콩이 (스스로) 사회적 긴장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인민해방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선명한 궁극적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에 따라 홍콩 경찰에 의해 치안을 유지한다.

하지만 홍콩에 군부대를 상주시키고 있는 중국은 홍콩 스스로 사회 안정 유지가 불가능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의 일부'인 홍콩에 인민해방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는 홍콩 시민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와 대규모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가 국제사회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홍콩 시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홍콩 문제가 타국이 간섭할 수 없는 '내정 문제'라는 주장을 강조하며 복선을 깔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전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을 겨냥해 "관련국이 홍콩과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에 대해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면서 "중국의 주권 안전,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