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층간 소음 잡았더니…'장판'의 부활

입력 2019-07-02 17:20
수정 2019-07-03 02:32
개별 주택 리모델링 늘어나며
개인 소비자 시장 50% 점유

고탄성 2중 쿠션 제품 출시
시공비 강마루의 절반 이하


[ 서기열 기자 ] 경기 성남시 수내동의 준공 26년차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안모씨는 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마루이던 바닥재를 장판으로 불리는 PVC시트로 바꿨다. 집안 분위기에 변화를 주면서 어린아이 둘로 인한 층간소음도 줄일 수 있었다. 주방에는 대리석 문양, 거실에는 원목 무늬, 방에는 민무늬 은은한 색깔로 다양하게 깔아 시공 후 만족도가 높다. 면적 138㎡ 아파트의 바닥재를 PVC시트로 바꾸는 데 든 시공비는 180만원. 비용이 강마루의 절반에 불과해 부담도 크지 않았다.

주택용 바닥재시장에서 밀려났던 장판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마루에 밀려났던 PVC시트의 반등

PVC시트 바닥재의 출발은 1958년 출시된 비닐꽃장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모노륨, 깔끄미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의 온돌문화에 어울리는 바닥재로 자리잡았다. 변화가 닥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였다. PVC시트에 사용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인체에 해롭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시장에서 밀려났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강화마루, 강마루, 원목마루 등 마루 바닥재가 PVC시트를 대체했다.

건축자재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7900억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주거용 바닥재 시장에서 마루의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바닥재 시장은 크게 신축 아파트에 공급하는 특판 시장(약 3600억원 추정)과 주택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판(B2C: 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약 4200억원 추정)으로 나뉜다. 마루는 특판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VC시트는 최근 주택 리모델링 바람이 불면서 시판시장에서 반등하고 있다.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시판시장에서 PVC시트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 약 30%까지 내려갔다가 2010년 40%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2016년 45%에 이어 지난해 5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소재에 경제성까지 부각

PVC시트가 부활한 것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유해성 논란을 불식시킨 덕분이다. 선두업체인 LG하우시스는 2013년 바닥재 표면에 식물성 수지를 사용한 지아 시리즈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건자재업체들은 층간소음에 예민한 소비자를 겨냥해 두께 6㎜의 두꺼운 PVC시트를 잇달아 내놨다. LG하우시스가 2013년 출시한 지아소리잠은 대우건설기술연구원의 경량충격음 저감량 시험 결과 맨바닥보다 26데시벨의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하우시스가 올해 출시한 엑스컴포트는 고탄성 2중 쿠션층을 적용해 보행 충격을 줄여주면서도 발이 꺼지지 않도록 했다. KCC도 숲 소리순(두께 4.5㎜)과 숲 소리휴(6.0㎜) 등 두 개 제품을, 현대L&C는 기능성 쿠션 바닥재 소리지움(두께 4.5㎜)을 판매하고 있다. 마루 바닥재가 주력인 동화기업도 지난해 8월 PVC시트 바닥재인 자연리움을 시장에 내놨다. 이들 바닥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하우시스의 지아 시리즈 바닥재 매출은 올 5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14% 늘어났고, KCC의 숲 소리휴는 올 들어 4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증가했다. 현대L&C 소리지움은 올 5월까지 누적 매출이 10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PVC시트의 경제성도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PVC시트의 재료비와 시공비는 3.3㎡당 12만원인 강마루의 41% 수준에 불과하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