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이정미 대표
"민주당이 위원장 맡아라" 촉구
與, 정개특위냐 사개특위냐
당내서도 선택 놓고 의견 충돌
[ 고은이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 대표들이 한국당에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자리를 넘겨주지 않기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야3당은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넘기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조 파탄’이 일어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 논의의 주도권이 반개혁 세력인 한국당에 넘어간다면 선거제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정개특위를 선택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다.
한국당을 뺀 야3당은 지난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 농성과 장외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도출, 관련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한국당의 반발에 부딪혔고 국회 파행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정개특위·사개특위 연장의 조건으로 두 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과 나눠갖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정개특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사개특위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야3당 대표들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심 위원장을 교체하라는 한국당의 집요한 떼쓰기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이 한국당 몫으로 넘어가게 되면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안은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폐지와 의원 정수 축소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정동영 대표는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넘겨준다면, 더 이상 야3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조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3당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은 다음 표결 처리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선 제1야당인 한국당의 협조도 필요하지만 나머지 야3당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관철하려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사개특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에 동시에 올라간 만큼 한 법안이 표류하면 다른 법안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