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風 파문' 일으켰던 김대업,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체포

입력 2019-07-02 15:26
수정 2019-07-03 03:18
[ 이주현 기자 ]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병풍(兵風) 파문’을 일으킨 김대업 씨(57)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도피한 지 3년 만에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2일 경찰과 검찰, 법무부 등에 따르면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 경찰(코리안데스크)은 지난달 30일 필리핀 말라떼의 한 호텔에서 김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필리핀 당국과 협의 후 김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김씨는 2011~2013년 강원랜드의 폐쇄회로TV(CCTV) 교체 사업권을 따게 해주겠다며 관련업체 영업이사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고소당했다. 김씨의 사기 혐의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김씨가 건강 악화를 호소하자 2016년 6월 30일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별도의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은 사이 김씨는 출석을 미루다가 같은 해 10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후 검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김씨를 수배해왔다.

김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거짓 폭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이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조됐으며 병역 면제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가 제기한 의혹은 검찰과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드러났다.

이후 김씨는 검찰 병역 비리 수사팀에 참여해 수사관을 사칭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10개월형을 받았다. 아울러 김씨는 게임산업진흥법위반·방조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처분을 선고받았으나 해외 도피로 형이 집행되지 못한 상태다. 김씨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보호관찰 의무를 지키지 않아 집행유예는 취소됐다. 검찰과 법무부는 김씨가 국내에 송환되는 대로 징역형 처벌을 집행하는 한편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