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잔혹 레시피 "카레에 졸피뎀 넣고…"

입력 2019-07-02 11:43
수정 2019-07-02 11:44
고유정, 전 남편 살해 범행 전모 드러나
저녁 메뉴 카레라이스에 졸피뎀 넣어
정신 못차리는 전 남편 살해 추정





고유정이 전 남편 강모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범죄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일 고유정은 강 씨에 대한 살해, 시신 훼손과 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전 남편의 폭행 시도를 막으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고유정의 주장과 달리 치밀하게 계획단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왜 고유정의 계획 범죄를 의심했을까. 지금까지 나온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유정의 행각을 재구성했다.

◆ 5월 23일, 강 씨와의 만남

2년 만에 아들을 본다는 기쁨에 차 안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모습을 블랙박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강 씨. 고유정은 아들과 함께 지난 5월 25일 오전 11시 30분 강 씨를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한 테마파크에서 만났다.

이날 오후 4시 20분께, 테마파크에서 나온 고유정과 강 씨 등 세 사람은 서귀포 시내 한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산 후 펜션으로 이동했다.

◆ 범행의 시작, 졸피뎀 범벅 카레라이스

펜션에 저녁 7시쯤 도착한 세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카레라이스. 향이 강한 카레라이스를 메뉴로 선택한 건 고유정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카레라이스를 만들던 고유정이 강 씨의 음식에 수면 효과가 강한 마약성 약물인 '졸피뎀'을 넣은 것으로 보고있다. 강 씨의 키는 182cm, 몸무게는 80kg인 건장한 체격인데, 160cm 안팎의 고유정에게 단순히 제압돼 목숨을 거둔 이유가 졸피뎀 때문이라는 것.

고유정은 강 씨와 만나기 전인 지난 5월 17일 거주지 인근인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고, 약국에서 구매했다. 고유정은 해당 약을 "잃어버렸다"고 조사 과정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옆 방으로 간 아들, 전 남편 살해

고유정은 저녁 8시부터 9시16분 사이에 강 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 씨가 이날 저녁 8시께 아버지와 통화를 했는데, 그 이후 9시 16분께 동생의 전화를 받지 못했기 때문.

해당 시간 강 씨의 아들은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아들이 다른 방으로 가자, 고유정이 본격적인 범행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있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하고, 강 씨의 방어에도 2차, 3차 공격이 이어졌다.

◆ 아들 사라지자 본격적인 시신 훼손

고유정은 5월 26일 오전 11시께 남편을 제주 내 친정 집에 데려다 준 후 다시 펜션으로 갔다. 낮 12시 30분께 펜션에 도착한 고유정은 강 씨 시신을 본격적으로 훼손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조각을 낸 시신들은 다음날인 27일 오전 11시에 종이 상자에 담아 퇴실했다.

인근 CCTV 영상에에는 쓰레기 분류장에 나타난 고유정의 모습이 담겨있다. 고유정은 종량제봉투 4개를 이곳에 버렸다.

◆ 살해→성폭행, 범죄 은폐 시도

펜션 퇴실 후 고유정이 향한 곳은 병원이었다. 고유정은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까지 했지만, 경참과 검찰은 오히려 이 상처가 전 남편을 살해하거나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있다.

고유정은 뿐만 아니라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신체 일부 부위에 자해를 하는가 하면, 강 씨의 휴대전화로 자신의 휴대전화에 조작 문자까지 보냈다. 문자 내용은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 완전 범죄를 꿈꾸며

28일 저녁 8시 30분, 고유정은 완도행 여객선에 오른다. 배를 타기에 앞서 범행 도구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표백제와 테이프, 청소도구 등도 환불했다. 이후 다른 마트로 이동해 비닐장갑과 향수, 종량제봉투와 여행용 가방을 다시 구입했다.

배가 운행을 시작하고 1시간 여 후 고유정이 바다에 쓰레기봉투를 유기하는 모습이 여객선 내 CCTV에 찍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유정은 완도항 도착 후 자신의 차량으로 아버지 소유의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로 이동했다. 그곳엔 고유정이 미리 주문해둔 전기톱이 있었다. 또한 고유정은 방진복과 커버링 용품도 미리 구입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 씨가 이곳에서 시신을 다시 한 번 훼손했다고 봤다. 고유정은 아파트 내 쓰레기분리수거장에 종량제봉투를 유기했고, 모든 범죄를 마친 6월 1일 오전 4시 청주 자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30분 긴급체포되면서 범죄에 꼬리가 잡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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