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글레나 "2020년 도쿄올림픽 때 바이오연료 항공류 선보일 것"
에버트론 "물분자 진동으로 식자재 본연의 향과 맛 살려"
성장 한계에 도달한 선진국들이 스타트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스타트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정보기술(IT), 바이오, 의료·헬스 등의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활약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국제기구인 한중일 3국협력사무국(TCS)의 초청으로 일본의 유망 스타트업들을 방문했다.
◆“바이오연료로 비행기 띄우겠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유글레나’는 연두벌레로 불리는 미생물 유글레나를 활용한 제품을 만든다. 2005년 9월 설립된 이래 유글레나를 활용한 음료와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개발했다. 단세포 생물인 유글레나는 58종의 영양소를 보유한 슈퍼푸드이지만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식품 원료다. 이 회사는 작년 말 기준 1억3300억달러(약 15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유글레나는 신산업으로 바이오연료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그린오일 재팬’ 로드맵에 따르면 바이오연료 소비량은 작년 말 125KL에서 2030년 100만KL로 수직으로 상승한다. 일본이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바이오연료의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이 회사는 2018년 6월 바이오연료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해 작년 10월 공사를 마쳤다. 이달부터 바이오연료 상업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엔 일본 최초로 바이오연료를 활용한 항공유를 내놓을 계획이다. 타츠 쿠우 유글레나 바이오연료 사업부문 매니저는 “유글레나 바이오연료는 코코넛, 콩 등을 활용한 바이오연료에 비해 생산비용이 낮고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유글레나 바이오연료로 제트기를 띄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강한 식재료를 원한다면 에버트론”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에버트론은 물분자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다. 2014년 9월 설립됐다. 물분자의 진동을 이용하면 화학적인 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식자재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원리를 활용해 튀김기, 냉장고, 와인 숙성기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히사오 타나카 에버트론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식자재의 60% 이상이 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1초에 5만번 이상 전파를 진동시키면 음식물 안에 수분이 박테리아와 결합하지 못해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할 뿐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과 향도 끄집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버트론은 주력 상품인 튀김기를 지난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파 진동을 이용해 식자재를 기름에 튀겨도 수분이 충분히 보존돼 맛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히사오 CEO는 “아직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보다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고급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등을 공략한 후 고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