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게임규칙·시나리오도 저작권' 첫 인정

입력 2019-07-01 15:26
수정 2019-07-02 03:27
국내 유통업체 패소
"구성요소 배열·조합 등
창작적 요소 베끼면 위법"


[ 신연수 기자 ] 모바일게임의 고유한 시나리오와 규칙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해 저작물이 아니라고 봐왔던 판례가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몰타 공화국 소재 모바일게임 ‘팜히어로사가’ 개발사 킹닷컴이 홍콩 모바일게임 ‘포레스트매니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킹닷컴은 2013년 4월 동물 캐릭터를 3개 이상 직선으로 연결하면 캐릭터들이 사라지면서 점수를 획득하게 되는 방식의 ‘팜히어로사가’라는 게임을 개발해 출시했다. 이후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2014년 2월 비슷한 시나리오와 규칙을 가진 ‘포레스트매니아’를 출시해 유통하자 킹닷컴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킹닷컴은 ‘스타크래프트’ 제작사인 블리자드의 자회사다.

하급심은 킹닷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원고 게임물과 피고 게임물에 중복되는 게임규칙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2심도 “‘포레스트매니아’에는 ‘팜히어로사가’에 없는 다양한 창작적 요소가 있다”며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부정경쟁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팜히어로사가’는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주요 구성요소가 선택·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며 “다른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고 있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모바일게임 업계의 표절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게임규칙 자체는 아이디어에 해당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해 유사 규칙을 차용한 ‘후발주자’들이 등장해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창작성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판결로, 향후 게임 개발 관행과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