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이야기] 기술 발전과 관련된 고용 문제로 '기본소득' 다시 논쟁

입력 2019-07-01 09:00
(60) 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기본소득의 취지와 우려들
면밀하고 객관적 검토 필요
막대한 재원은 항상 걸림돌


기본소득의 시작은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머스 페인이 지주로 거둬들인 기금을 활용해 스물한 살이 되는 모든 국민에서 15파운드씩 지급하자고 주장한 것이 시초다. 이후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해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등이 기본소득의 시행을 주장했다. 오늘날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기본소득을 주장하지만, 오래된 논쟁은 좀처럼 결론을 짓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다.

기본소득의 지지자들

일자리 문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본소득 논쟁을 오늘날 재연시키는 이유다. 기술 발전으로 예상되는 실업과 불완전고용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방안의 하나로 기본소득이 거론된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최저임금의 상승이 아닌 기본소득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사람을 쓰는 비용과 기계를 구입하는 비용 간 차이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자동화가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의 한 형태로서 모든 국민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경우 사회 구성원이 느끼게 될 안정감을 바탕으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루스벨트연구소는 성인 1인당 연간 1만2000달러를 지급할 경우 경제는 해마다 12.56~13.10% 성장하고, 노동인구는 450~470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왕립예술협회의 앤서니 페인터와 크리스 통 역시 급격한 기술변화 시대에 기본소득은 일자리로 진입하는 길을 순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실직과 불완전고용의 특성상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직업 재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장된 소득은 사회적 이동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의 반대자들

기본소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근로의욕 감소와 재원의 문제를 거론한다. 원활한 사회적 이동성을 위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오히려 사람들이 직업을 구하고 유지하려는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의 로버트 앳킨슨은 기본소득이 사람들에게 일하지 말라는 분위기를 조장해 직업이 없는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돈을 다른 곳에 쓰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기본소득의 전제 자체를 부정한다. 기술 진보로 인한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동화로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때에만 자동화를 실행하고, 절약된 돈은 결국 소비자에게 연결되어 지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의 다른 부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재원 문제는 강력한 반대 논거다. 기본소득의 기본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재원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스위스에서 실시한 기본소득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성인 1인당 2500스위스프랑과 아이들에게 600스위스프랑을 지급하기 위한 헌법개정안 투표에서 스위스 국민의 77%가 반대했다. 반대의 주된 원인은 ‘재정적 실현 가능성’이 압도적이었다. 호주에서 실시한 기본소득 연구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표명한다. 호주의 경우 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연간 34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현재 중앙정부가 복지 및 사회보장을 위해 사용하는 1920억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공감이 필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회 구성원들은 합의를 통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세상을 바꿔간다. 그리고 합의는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 얻는 것과 치러야 하는 대가 양 측면 모두에서 공감할 때 이뤄진다. 기본소득의 취지에 대한 공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제체제에서는 근로자의 소득과 복지 측면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닌 기술이 빚어낸 불평등에 있음을, 그리고 인류는 언제나 주요한 경제적 변환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며 발전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