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동포' 이원준, 13년 만에 생애 첫 우승컵

입력 2019-06-30 19:02
수정 2019-07-01 03:29
메이저대회 KPGA선수권

연장접전 끝에 서형석 따돌려



[ 김병근 기자 ] 호주 동포 이원준(34)이 프로에 데뷔한 지 13년 만에 고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했다.

이원준은 30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0·6934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06년 프로 무대를 밟은 이래 최초의 우승이다.

그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를 적어내며 1타를 잃었다. 4언더파 66타를 친 서형석(23)에게 추격을 허용해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연장전을 벌였다.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에서 두 선수는 모두 4m 안팎의 버디 퍼트를 남겼다. 서형석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스치지도 못하고 왼쪽으로 비켜갔다. 이원준은 내리막 퍼트를 남겨두고 있었다. 침착하게 굴린 공은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17번홀(파3)에서 짧은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까지 가는 산고를 겪었지만 끝까지 선두를 지켜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이원준은 우승 상금 2억원과 함께 KPGA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손에 넣었다. 올해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인 더CJ컵@나인브릿지 출전권은 덤이다. 국내 투어 출전권이 없었던 이원준은 초청선수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원준은 주로 일본 투어(JGTO)에서 뛰고 있다.

이원준은 우승 퍼트를 홀컵에 넣은 뒤 주먹을 내리꽂는 강렬한 세리머니를 하며 생애 첫 승을 자축했다. 하지만 우승 인터뷰에선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10년 넘게 기다려준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이원준은 오는 10월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는 주니어 시절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 섰던 ‘골프 신동’이다. 키 190㎝, 몸무게 100㎏에 가까운 거구로 320야드 안팎의 장타를 펑펑 때리면서도 퍼트까지 정교했다. 프로 데뷔 전인 2006년엔 코리안투어 삼성베네스트오픈에서 준우승을 하며 골프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프로가 된 뒤에는 JGTO와 PGA 2부투어, 코리안투어 등을 오가며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은 그를 곧 잊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 입문 5년차엔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진단까지 받았다. 손목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탓이다. 2년 넘게 골프채를 놨다가 복귀했지만 2017년에는 허리 디스크 파열로 다시 한 번 시련의 시절을 보냈다. 지난해부터 일본 투어에서 톱10에 자주 드는 등 예전 기량을 서서히 회복한 끝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수확했다.

서형석은 지난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자리는 한층 공고히 했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문도엽(28)은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공동 20위를 차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