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분쟁 변수는…(1) 델타, 끝까지 백기사로 남나 (2) KCGI, 勢규합 나서나

입력 2019-06-30 17:10
수정 2019-07-01 02:49
경영권 분쟁 마무리?
논란의 한진칼 주가 탐구


[ 강영연/이상은 기자 ] 한진칼을 둘러싼 오너가와 사모펀드(PEF) 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것인지를 놓고 증권가의 논쟁이 뜨겁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미국 델타항공이 등장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KCGI가 추가로 펀드를 모집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소액주주를 규합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영권 분쟁 사라졌나?

장기전에 돌입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시장은 경영권 분쟁은 끝났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지난 21일 이후 한진칼 주가가 26.36% 하락한 것도 이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보유 지분 28.93%에 더해 델타가 발표한 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추가 매입하는 것을 가정하면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일가 쪽으로 승기가 완전히 굳어지는 상황”이라며 “15.98% 지분을 가진 KCGI가 추가로 지분을 확대한다 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KCGI가 지분을 추가로 모으고 한진 오너 측에 부정적인 연기금과 소액주주를 규합하면 내년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 등을 놓고 충분히 표 대결을 해볼 만한 상황으로 갈 여지도 있다”고 했다.

KCGI로서도 현시점에서 지분을 털며 ‘백기투항’하기도 어렵다. ‘공격’을 멈출 경우 실익이 없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경영권 분쟁 소지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해 국내 기관을 상대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설(說)이 계속 흘러나온다.

여우 피하려다 범을 들였다?

델타항공이 전적으로 믿을 만한 백기사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타항공은 스카이팀 멤버인 에어프랑스, 중국동방항공 지분을 취득하고 이사진에 취임하기도 했다”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분 교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델타항공의 주가 흐름을 볼 때 한진칼 지분 취득에 대해 시장은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델타가 끝까지 백기사로 남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델타는 미국 증시 상장사인데, 백기사를 명분으로 한 한진칼 투자가 손실을 보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논란까지 제기될 소지가 있다. 워런 버핏이 대주주인 벅셔 해서웨이는 델타 주요주주(지분 10.83%)다.

델타항공이 지난 20일까지 4.3% 지분을 정확히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에서 5~6월 사이 매집했다면 약 3만원대 후반~4만원대 초반에 샀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가 대비 25~30% 높은 가격이다. 델타항공 관점에서 본다면 이 비용을 이사회에서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델타가 직접적인 협력관계 파트너인 대한항공이 아니라 지주회사 ‘한진칼’을 왜 샀어야 했는지, 한진칼 투자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사회와 주요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가총액이 40조원에 이르며 벅셔의 투자를 받고 있는 델타항공이 개인 사기업처럼 ‘대가 없는 백기사 노릇’을 허용해주긴 어려웠으리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델타가 투자한 대가로 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이면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설까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비행기 노선 운영 등을 협상해야 하는 상대방이기도 하다”며 “만약 협상 과정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끌어들였다면 여우를 피하려고 범을 불러들인 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 바닥은 잡았다

단기간 주가는 지지부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남곤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일반적인 순자산가치(NAV:주가/주당순자산) 할인율을 고려하면 주가는 2만500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닥은 잡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3만원대 주가는 주주가치 제고가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해도 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다시 한번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단 전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CGI 펀드 만기가 7~10년인 만큼 빠르고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다”며 “단기적으로는 지루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주총을 앞두고 진폭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영연/이상은 기자 yykang@hankyung.com